본 연구는 미(美)를 통해 시민의 정치적 자유와 이상 사회 건설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 실러의 두 가지 노력에 주목한다. 하나는 실러가 예술적 경험이 사치나 방종이 아닌 도덕 실천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점과 다른 하나는 지적·도덕적 능력을 전제하지 않은 고유한 미적 경험이 도덕 능력을 계발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히려 한 점이다. 이에 따라 실러는 미와 도덕에 관한 두 가지 논변을 펼치는데, 하나의 논변은 『미학 편지』에서 경험 수준에서의 미가 아닌 이상(理想)으로서의 미가 인성의 총체성을 회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논변은 『칼리아스 편지』에서의 논변으로, 실러는 지적·도덕적 영역과 구별되는 미의 독자성을 확보한 칸트의 미학에 기대면서도 그의 이론의 한계를 의식하고 미가 ‘현상에서의 자유’를 경험하는 계기를 제공함으로써 ‘도덕 명령’과 구별되는 ‘미적 명령’에 따른 도덕 실천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본 연구는 연극을 통해 실러가 주장하는 미적 경험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며 ‘교사가 교육적 의도를 가지고 구조화한 놀이 형태의 연극’인 연극놀이 개념을 도입한다. 그런데 놀이 형태의 연극이 실러가 말하는 미적 경험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반론을 의식하며, 실러 미학의 독창성을 드러내고 미와 도덕의 관계를 보여주는 ‘가상 창조’, ‘미적 상태’개념이 연극놀이를 통해 구현될 수 있음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그럼에도 모든 예술작품이 우리를 도덕적 실천으로 인도하지 않는 것처럼 연극놀이에의 참여가 곧 도덕교육적 의의가 있는 미적 경험을 보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미의 판단을 주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칸트와 달리 미적 대상의 기여를 강조하는 『칼리아스 편지』에서의 논증을 따라, 미적 대상으로서의 연극놀이가 학생에게 ‘자유’로서 여겨질 때 비로소 도덕교육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연극놀이 수업 원리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첫째, 연극놀이에서 이야기는 학생들이 파악해야 할 완결된 텍스트를 의미하지 않으며 연극놀이를 통해 학생들이 창조해내야 할 미적 가상이다. 둘째, 연극놀이의 즉흥성은 주어진 대본이나 교사에 의해 정해진 활동에 의존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즉흥성으로 인해 학생들은 연극놀이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셋째, 연극놀이에서의 공동 활동은 그 자체로 교육적 가치를 지닐 뿐 아니라 연극놀이의 성립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