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예술은 마음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동양은 ‘객관적인 재현’이 아닌 ‘관념적 재현’을 꿈꿨다. 감정이 배제된 서양의 관찰법과 달리 동양에서는 사물을 관찰할 때 감정을 이입했다. 정물화는 정지된 사물을 그려낸 그림을 말한다.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물화는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친근한 소재를 가지고 각 시대를 나타내는 지표의 역할을 해주었다. 문방도란 문방사우(文房四友)와 함께 책, 고동기, 화병, 절지 등 다양한 사물을 그린 그림을 의미한다. 길상적인 의미가 내포된 다양한 정물들과 함께 그려지며 단지 사물을 그린다는 서양의 정물화 개념에서 확장되어 정물화 그 이상의 의미를 보여준다. 본 연구에서는 동아시아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워 긴 시간 동안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교류해오던 중국과 한국이 청대와 조선시대에 어떠한 방식으로 문방도가 발전되어 왔으며 서양의 정물화와는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하였다. 또한 청대와 조선시대 문방도 비교를 통해 동양적 시각을 통한 정물화 교육의 필요성을 재고하고자 본 연구를 진행하였다.제 I장에서는 연구의 배경 및 목적과 내용 및 방법을 제시하였다. 제 Ⅱ장에서는 청대와 조선시대 문방도 비교 연구에 앞서 서양과 동양의 정물화의 기원에서부터 발전 과정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서양이 정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았다.제 Ⅲ장에서는 양국의 회화사에서 보이는 유사성과 차별성에 대해 고찰해보고 청대와 조선시대의 문방도 발전 과정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문방도에서 나타나는 소재와 표현기법, 구도와 공간 구성을 알아보았다. 제 Ⅳ장에서는 현재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정물화 교육 내용을 알아볼 수 있도록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현행 미술 교과서 12종 중 부산광역시 내 중학교에서 가장 많이 쓰는 미술 교과서 ㈜금성출판사, 미진사, ㈜해냄 에듀, ㈜미래엔, ㈜천재 교과서 5종을 선정하여 정물화 단원의 수록 여부와 도판 개수를 분석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서양의 시각으로 진행되어 온 미술 교과서의 정물화 교육 현황을 서술하며 동양적 시각을 통한 정물화 교육 필요성에 대해 알아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첫째, 멈춰있는 정물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서양의 정물화와 동양의 문방도는 맥을 같이한다. 다만 서양의 정물화는 발전 과정 중 바니타스 정물화처럼 의미를 중시하며 정물을 그렸던 적도 있지만 대체로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재현에 집중된 정물화를 그려왔고, 사물을 빌어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던 동양에서는 ‘차물서정(借物抒情)’의 방식으로 문방도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신사(神寫)적 표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둘째, 문방도의 가치와 미의식을 알아보고 청과 조선은 역사 속에서 다양한 교류를 통해 각자의 회화사를 구축해왔으며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면서도 고유성을 지킬 수 있었던 문화적 포용성을 가지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현행 미술 교과서에는 정물화의 내용과 도판의 구성이 체계적으로 제시되어있지 못한 실정이며 3차 교육과정에서부터 전통 미술 교육이 강조해 온 것에 비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큰 발전이 없었던 것은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교사와 학생 모두의 의식이 부족했음을 인지하고 미술 교육에서 서양의 시각으로만 다루어졌던 정물화 해석을 우리의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교육적 성찰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본 청대와 조선시대 문방도 비교 연구를 통해 우리의 미의식을 다시 상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물화를 바라보는 동양적 시각을 가지고 자신의 삶과 예술을 연결 지어 볼 수 있는 자주적인 미술 교육 현장이 되길 바란다. 또한 본 연구에서 문방도를 비교 분석한 것이 이후 동양의 정물화 연구에 기여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