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나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골라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무슨 책을 소개할까 고민을 하다가 최근에 인상깊게 읽었던 에세이 책으로 골랐다. 내가 소개할 책은 ‘죽은 자의 집청소’라는 책이다.
제목만 듣고는 무슨 내용의 책인지 감이 안 잡힐수도 있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조금 특수한 직업을 가졌다.
바로 죽은자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 청소부로 누군가 홀로 죽은 집,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집, 오물이나 동물 사체로 가득한 집 등 쉽사리 볼 수도 치울 수도 없는 곳을 청소한다. 그런 그의 일터엔 남다른 사연이 가득한데 자살 직전에 분리수거를 한 사람, 자신의 세간을 청소하는 ‘비용‘을 물은 뒤 자살한 사람 등 현장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1장에는 작가가 청소를 하면서 겪은 비현실적인 현실 이야기를, 2장에선 특수청소부로서 느낀 힘듦과 보람부터 직업병, 귀신에 대한 오컬트적인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그가 하는 일을 생생히 전한다.
책의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분리수거’ 에피소드이다.
작가가 집 안에 들어갔을 땐 창틀의 사방과 현관문의 좌우와 위아래 틈, 문 아래 우유나 신문을 넣을 수 있는 원형 투입구, 화장실의 배수구와 환풍기를 비롯하여 싱크대의 배수구까지 집 안의 모든 구멍을 찾아 완벽하게 틀어막아놓았다.죽은 이가 만들어놓은 완벽한 밀실. 이 여성은 착화탄으로 자신을 실수 없이 죽이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던 것이다. 작가는 정리를 하다 화로 근처에 있어야 할 점화장치가 없어 문득 의문이 생긴다. 그 의문은 분리수거함을 정리하며 풀리게 되는데...
불을 붙이고 연기가 피어오르며 죽어가는 도중에 자신이 자살할 때 사용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분리수거를 했던 것이다.
작가는 책에 이런 문장을 적어놨다. ‘자기 죽음 앞에서조차 이렇게 초연한 공중도덕가가 존재할 수 있는가. 얼마나 막강한 도덕과 율법이 있기에 죽음을 앞둔 사람마저 이토록 무자비하게 몰아붙였는가.’ 이 문장을 읽고 난 후 이 여성은 대체 어떤 심정으로 죽어가는 중에 분리수거를 한 것인지 자살을 마음 먹은 사람이 죽어가는와중에도 나중에 치울 사람을 생각한다는 것이 되게 안타까웠다.
이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노인뿐만 아니라 중년 그리고 청년에게까지 엄습하는 쓸쓸한 죽음,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는 고독한 죽음 이야기를 하나둘씩 읽어내려가다보면 죽음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이 점점 없어졌다.생명을 다해 이르는 죽음보다 생을 포기하여 이르는 죽음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이었고 생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어떻게든 살아보려 삶의 절벽 끝에서 아등바등하던 흔적에 대한 내용과 묘사는 안타까움과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한편으로는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도 간다.작가는 이런 삶에 대해 사색하며 이 책은 ‘죽음’을 소재로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죽은 곳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누군가의 죽음을 돌아보고 의미를 되묻는 이 기록이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기전이 되리라 믿는다”고 고백하며 이 것이 책이 탄생한 이유라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 불길하고 음울하게 여겨 언급조차 꺼리게 되는 ‘죽음’을 마주하고 ‘삶’을 바라보며 그 과정에서 위로받길 바라는 마음이 책에 듬뿍 담겨 있다. 이런 여러 죽음들을 읽다보면 결국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이고 자신의 삶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져 다시 노력하며 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삶이 지치고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