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게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다는 말이 굉장히 기억에 남았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여행지에서 본 기억에 남는 장면들과 색달랐던 경험을 되새기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돌아보면 그런 것들보다도 당시에는 내가 전혀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변화시켰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나 역시 든다.
여행은 아니지만, 그와 유사하게 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난생처음 호주를 방문하던 날 나는 그곳에서 길을 잃었다. 현지 학교 첫 등교일에 나를 다른 학교로 잘못 내려 준 홈스테이 아주머니를 엄청나게 원망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그때 그 경험은 어떤 낯선 곳에서도, 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내가 혼자 남겨지더라도 내가 겁먹지 않고 혼자 헤쳐나갈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었다.
작가는 여행지에서의 환대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야기한다. 나는 사는 곳이 사는 곳이다 보니 평소에도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만나게 된다.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일본인을 대신해 포장마차에서 주문을 해준 적도 있고, 길을 잃은 홍콩인을 숙소로 데려다준 적도 있다. 내가 딱히 친절해서, 상냥해서가 아니라 다음에 어딘가 내가 낯선 곳에서 위기에 봉착했을 때 나도 그곳의 누군가에게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하는 마음에서다. 쉽게 말하자면 인적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여행자보험이 계속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 작가가 여행지에서 겪은 환대에 대한 감상 또한 나와 비슷한 마음이 아닐지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