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을 자극하는 국경시장.
국경시장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무언가의 이끌림으로 책을 읽게 되었는데,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방랑하는 주인공이 현실과는 다른 세계로 넘어가 이질적이고도 신비스러운 일을 겪게 된다. 그 세계는 보름달이 뜨는 날에만 장이 열리고, 화폐 대신 물고기 비늘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 물고기 비늘은 강가 상류에서 열다섯 살 미만의 아이들에게만 잡힌다. 어른들은 자신의 기억을 팔아 물고기 비늘을 살 수 있다. 여기서 왜 하필 열다섯 살 미만의 아이들에게만 잡힐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때라서 그런 건가.
사람에게는 저마다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 간직하고 싶은 기억 등을 가지고 있을 테다. 주인공과 함께 동행한 어떤 이는 기억을 계속해서 팔아 결국 주인공까지 알아보지 못하는 끔찍한 결말을 낳았다.
“이 종이를 읽을 때쯤 나는 너를 알아보지 못할 거야. 기억을 모두 팔아 이 가게를 샀거든”
라는 쪽지를 주인공에게 쥐어 주고.
자신의 운명을 미리 예견한 것일까. 결국은 탐욕의 맛에 넘어가 헤어나오지 못한 그가 비극적으로 느껴졌다. 그 사람에게는 이제 그곳이 세상의 전부이고, 평생 갇혀 살아야 한다는 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영화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올랐다. 또, 왠지 꼭 현존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예를 들어서 문명과 고립된 아마존 부족들처럼 그들만의 세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내게 국경시장이란 신비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섬뜩하게 느껴지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