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했지만,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말이 안 나온다. 또 독해보다 듣기를 못 해서 아는 단어나 표현이라도 말로 들으면 알아듣기 힘들다. 이는 영어를 시험용으로 공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잘 쓰지 않고, 논문에나 나올 법한 영어단어들을 달달 외우고 회화보다는 문법에 중심을 두고 공부했다. 그래서 외국인을 만나면 문법에 맞춰 정확히 말하려는 면도 있어서 머릿속으로 한참 생각하다가 결국 입을 열지 못한 적이 많다.
<외국어 공부의 감각> 작가 아키야마 요헤이는 사람들이 외국어를 배울 때 쓸데없는 단어나 표현을 너무 많이 배운다고 말한다. 외국인을 처음 봤을 때 “수박, 가구, 거대하다” 이런 단어를 쓰는지 생각해보자.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작가는 잘 안 쓰는 단어를 배우면 써먹지 못 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양으로 외국어에 대한 흥미까지 잃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래서 작가는 꼭 필요한 단어 200여 개와 표현 30여 개를 제시한다. 이를 기반으로 각자 상황에 맞게 필요한 단어들을 추가로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가 강조한 건 재미이다. 강제로 하는 공부는 재미없다. 그렇기에 외국어 공부도 강제가 되면 안 된다. 외국어 공부에서도 재미를 찾아야 한다. 작가는 앱을 통해 공부하라고 말한다. 앱을 통해 외국인과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를 하면 외국어에 재미도 붙이고 실용도 높은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내 경험상 영화를 보다가 외국어를 몇 마디 알아들을 때 외국어 공부한 보람을 느낀다. 이런 작은 경험 하나하나가 자발적으로 공부하게 하는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공부의 가장 기본이 되는 건 반복이다. 재미없는 강의를 들었을 때도, 대부분 까먹었지만 몇 개의 주요 개념들은 생각이 난다. 아마 교수님이 강의 때 매번 중요하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같은 것을 계속 반복하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작가가 필수 단어, 표현을 제시한 이유도 이것들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숙련공들이 큰 노력 없이 어려운 기술을 척척 해내는 것처럼 저 단어들만큼은 반복적인 활용을 통해 쉽게 생각해낼 수 있어야 한다.
책을 읽고 외국어 공부의 목적과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내가 외국어를 싫어했던 이유가 재미없고 쓸 일이 없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단어장과 문법책을 뒤적거리며 외국어를 배웠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고 실제 외국인과 대화하며 배우는 외국어가 진짜 외국어구나 하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