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한국 빈곤 노인이 일평생 걸어 온 노동시장 이행 과정은 어떠한 것이었는가? 어떤 노동시장 이행 과정을 거쳤을 때 빈곤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가?’를 연구 질문으로 삼는다. 연구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당사자인 빈곤 노인과 직접 접촉하여 인터뷰를 수행했고, 이들의 일평생에 걸친 노동시장 이행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보다 과학적인 표본 추출을 위해 한국복지패널(KoWePS) 양적 자료로부터 각 성별의 빈곤 노인 유형을 도출한 뒤, 각 유형의 특성을 대표할 만한 노인을 질적 분석의 대상으로 선정했다. 1단계 군집분석을 통해 여성 빈곤 노인 4개 유형과 남성 빈곤 노인 4개 유형을 도출했다. 주거 점유형태와 현재 경제활동상태를 분류의 중심 기준으로 볼 수 있다. 2단계 분석에서는 현상학적 방법을 통해 연구 대상자 개인들이 겪었던 경험의 공통적인 의미, 즉 한국 빈곤 노인의 노동시장 이행과 빈곤에 관한 현상의 본질과 구조를 제시하는, 복합적 기술(記述)을 작성했다. 여성 빈곤 노인에 대한 복합적 기술은 다음과 같다. 현재 빈곤에 진입한 여성 노인은 성 차별과 가부장제 사회 기조에서 성장했고, 이는 낮은 인적 자본으로 이어졌다. 결혼 후에는 집안일과 육아를 전담하는 가사 의무에 임했다. 배우자와의 이혼․사별 등 가부장제 사회의 독특한 ‘배우자 리스크’로 인해, 인적 자본과 직무 경력이 부족한 여성은 매우 늦은 나이에 저숙련 노동자로서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생애 주된 일자리 퇴직 후에는 장애․질병으로 은퇴하는 경우도 있고, 퇴직 후 가교 일자리를 얻어 일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소득의 급격한 하락과 노후 대비 부족으로 인해 빈곤에 진입하게 된다. 남성 빈곤 노인에 대한 복합적 기술은 다음과 같다. 현재 빈곤에 진입한 남성 노인은 낮은 교육수준과 낮은 인적 자본을 갖고 있다. 직업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의 필요성 인식 역시 부족했다. 이른 나이에 노동시장에 진입했다. 가부장제 사회 기조로 인해 자신이 주축이 되어 가계 경제를 이끌어 갔다. 첫 직장 이후에 몇 군데의 직장을 거쳐 노동시장 전성기에 이르게 된다. 생애 주된 일자리 퇴직 후에는 장애․질병으로 은퇴하는 경우도 있고, 퇴직 후 가교 일자리를 얻어 일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 노인과 달리, 급격한 산업 환경의 변화와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직업을 잃고, 과도한 부채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여성 노인의 빈곤 위험이 삶 가운데 늘 잠재하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남성 노인의 빈곤 위험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극적으로 닥쳐온 경향이 있다. 이때 소득의 급격한 하락과 노후 대비 부족으로 인해 빈곤에 진입하게 된다. 다음으로, 노동시장 이행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에 대처했던, 과거의 개인과 정부의 전략에 대해 분석했다. 과거의 개인과 정부의 전략은 실업에 대한 대응 전략을 제외하고는 적절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어서, 현재 추진 중에 있는 개인과 정부의 전략으로 미래의 노인 빈곤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직업능력 향상을 위한 여건과 의지 부족, 뒤늦은 노동시장 진입, 실업, 가사 의무로 인한 경제활동 지장, 높은 주거 비용, 정부 서비스에 대한 정보 부족, 정부 서비스 신청의 과다한 비용을 바라볼 때, 개인과 정부 모두 노인 빈곤 문제 예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상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본 연구는 빈곤 노인의 평생에 걸친 노동시장 이행 과정을 탐색하여 폭넓은 유량(流量; flow) 개념의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한국 사회 특유의 사회적 위험을 도출해 냈다는 점에서 이론적 함의를 갖는다. 정책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노인 빈곤 완화를 위해 노인고용지원의 공식적인 법률 개정과 민간 자생단체 지원, 빈곤에 진입한 노인 가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가 시행될 필요가 있다. 노인 빈곤 예방을 위해서는 복지와 고용 상담 창구의 일원화, 복지 서비스 기준 간소화, 직업능력 향상 부문의 보편적 복지 시행, 국민연금의 적정성과 지속 가능성 강화, 저소득 가구의 지대(地代; rent) 부담 완화, 서민 금융 지원 서비스 강화, 성 차별 사회 기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