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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子正)과 자정(慈情), 그리고 자정(自淨)의 시간
저자/역자
매트 헤이그
출판사명
인플루엔셜
출판년도
2021-04-28
독서시작일
2022년 12월 30일
독서종료일
2022년 12월 31일

Contents

밤 열두 시는 하루가 끝나는 동시에 시작되는 시간이다. 어제의 내가 죽고, 오늘의 내가 태어나는 시간. 우리는 모두 잠든 이 밤을 통해 산산이 부서졌다가 회복되기를 반복한다. 캄캄해서 보이는 것이 없어도 결코 아무것도 없는 시간이 아니며, 조용하지만 지루함이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요즘 사회는 밤을 그저 낮에 열심히 살기 위한 수단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밤의 고요함과 어둠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그 시간만의 감성을 소위 새벽 감성, 잼민이 감성, 오글거린다 등의 말로 매도한다. 이를 마치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도록 만든다. 자정이 속한 밤은 마냥 낮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편안한 밤 보내세요.’라는 인사가 단순히 형식 상의 인사말로 전락해버리는 이 시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정의 도서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작품에 등장하는 자정의 도서관은 밤 12시, 죽기 직전에만 열리는 마법의 도서관이다. 낮에만 운영하는 일반 도서관과는 반대로 자정에만 열린다. 수영을 그만두고, 가족들과의 사이도 좋지 않으며,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고 죽음을 선택한 노라는 죽기 전, 개방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도착한다. 도서관에 가기 전까지의 그녀는 결코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고는 볼 수 없는 위치였다. 교제했던 댄과의 이별, 직장에서의 해고, 그리고 오빠와 화해하지 못했다. 세상은 노라가 없어도 잘만 돌아간다. 그렇게 생각했던 그녀는 자정의 도서관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죽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노라는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을 바꾸게 된다. 자정의 도서관에서 여러 가지 삶을 직접 살아보며 생각과 가치관이 180도 변화했기 때문이었다.

노라의 변화는 자정이 자정(滋情)의 시간이라는 데서 먼저 그 이유를 살필 수 있다. 자정의 도서관에서는 노라의 무의식이 반영되었다. 어렸을 적, 스쿨의 사서 선생님이었던 엘름 부인이 자정의 도서관 사서로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노라를 반갑게 맞아주며 자정의 도서관을 소개하던 엘름 부인은, 살아봐야만 알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노라에게 여러 책을 보여준다. 노라는 이 과정에서 반려견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깨닫고, 연인과 계속 함께하는 상황이 과연 행복했을지 등 여러 가지 인생을 마주하며 한층 성숙해진다. 이렇듯 노라의 성장을 응원하며 기회를 주는 엘름 부인의 행동은 노라를 향한 애정에 기반한다. 노라가 행복하길 바라는 그 따뜻한 정이 노라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해도 진정한 사랑, 부모님의 사랑처럼 타인을 사랑하는 자정(滋情)이 없다면, 만족스러운 삶과 점차 멀어질 것이다.

또 자정은 자정(自淨)의 시간이다. 도서관에서 노라는 자정 작용을 통해 부정적인 마음들을 버리고 새로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자정의 도서관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의 도서관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좋아 보였던 그 삶들은 결코 행복한 삶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경험이 값진 이유는 이들이 만족감을 주는 충만한 삶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재 설정하는 과정으로써 노라가 변화를 꿈꾸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만 가득했던 노라의 마음은 도서관을 방문하고 나서야 가능성과 꿈, 그리고 희망으로 부풀었다. 세상에는 자정(自淨)하며 변화된 노라처럼 겪어봐야 하는 것이 많다. 도전하기도 전에 포기하고 현실에서 도피하기보다 우리는 도전을 선택해 직접 느껴볼 필요가 있다.

노라처럼 삶이 아무리 힘들고 지칠지라도 내일은 다르다는 희망이 있기에 우리는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 병원에 누워 감상에 젖은 노라는 ‘오늘은 어제와 똑같이 엉망진창인 삶이 희망으로, 잠재력으로 가득 차 보인다.’라고 글을 쓴다. 노라처럼 우리는 밤을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 많다. 자정은 꿈을 꿀 가능성의 시간이기에 이 시간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나만의 자정을 그려보면서 우리의 2023년이 두려움보다는 두근거림으로 가득 찰 수 있도록 크게 한 걸음 내디뎌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작품은 노라와 같은 상황의 삶에 지친 이들에게 더없이 따뜻하고 포근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기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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