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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알고리즘에 사용된 수학의 쓸모
저자/역자
닉 폴슨
출판사명
더퀘스트
출판년도
2020-04-02
독서시작일
2022년 11월 09일
독서종료일
2022년 11월 12일

Contents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글귀가 눈에서 튕겼다. 왜냐하면 평소 연역적인 사고를 주로 하는 나는 귀납에 기반한 AI에 이유 모를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내 재생 목록에 추가된 음악들은 각기 다른 이유와 상황으로 추가되었는데, 그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내가 어떤 음악을 좋아했다는 일련의 결과 값만 가지고 내 취향을 역 추적할 수 없지 않나 싶었고, 그래서 AI가 내게 추천하는 음악은 내가 앞으로 좋아할 가능성이 있는, 앞으로 추가될 내 새로운 취향을 깨닫게 해주는 음악이라기보단 단순히 내가 좋아했던 음악과 유사한 특질을 지닌 음악을 나열하여 궁극적으로 내 취향을 편협하게(들었던 음악과 비슷한 것만 계속 듣는)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하며 말하길, 대중은 자기 취향을 선험적으로 알지 못한다며, 그렇기에 선호도 조사에 따라 사람들이 좋아한다 밝혀진 것을 구현하면 트렌디하지 않고, 막상 걸작을(iPhone) 만들어 선보여주면 그제서야 자기 취향을 알게 된다고 일전에 말한 바 있는데, 그와 같은 맥락에서였다. 하지만 어쨌든 내 거부감의 이유를 내가 알지 못하므로 그것에 내가 휘둘릴 수 있겠다 싶어서 내 감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계속 읽어나갔고, 그 결과 하지 않던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

내 감상을 얘기하기 전 먼저 책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이 책은 인공지능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하지만 몇 백년 전 부터 있었던 수학적 개념에 대해 살피는 책이다. \”조건부 확률\”, \”회귀분석\”, \”베이즈 규칙\”, \”독립사건\”, \”드무아브르정리\” 등이 있는데, 고등학교 공통 과정에 있는 확률과 통계 지식이거나, 그를 바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이라 본인의 전공과 상관없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각 챕터 별 구체적으로는, 먼저, 수집한 데이터의 비어있는 테이블에  채운 다음 \”조건부 확률\”을 구해 잠재특성을 찾아 이를 바탕으로 추천하는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을 다루고, 평균 재구성 오차를 최소화하도록 하는 패턴 학습이(간단한 수준의 선형 회귀분석으로 이를 설명했다) 현대의 대용량 모형과 대용량 데이터를 만나 인공 신경망에 이르렀음을 서술하며, 조건부 확률의 한 응용인 \”베이즈 규칙\”이 자율주행을 어떻게 가능케 하며 더 나아가 참 양성, 거짓 양성, 거짓 음성, 참 음성 사이에서 어떻게 \”예측을 더 정확히 하는지\”, \”단어 벡터\”를 통해 인간은 어떻게 기계에게 인간의 언어를 다룰 수 있도록 했는지, \”드무아브르 방정식\”에 의하면 모집단의 크기에 따라 통계에서의 변동성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 확률 계산에서의 전제(가정)는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마지막으로 현행 의료서비스에서 데이터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매 챕터의 마지막에는 AI의 잠재적 위험성을 우리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논의하며 마무리한다.

읽고 처음 든 생각은, AI의 귀납이 상당한 수준의 연역에 뒷받침되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내 기존 관념이 크게 의미없는 생각이었을 수 있겠다 싶다는 생각이었다. 모든 AI의 귀납에는 수백년 전부터 있어왔던 연역적 확률, 통계 개념이 바탕을 이루고 있었다. 추가로, 나는 과학 분야에서는 완전히 AI가 적용될 수 있더라도, 언어나 예술 분야에서는 크게 효용이 없을 것이라고 기존에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언어는 인간보다 AI가 더 언어의 변칙성에 잘 대응할 수 있고, 과학 분야라고 막 AI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과학 분야에 대해 말하자면, 결국 의료 분야만 봐도 인간과 기계가 분업하여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는데, 분업이란 노동이 소유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함의한다. 즉 분업하는 순간 기계가 한 일에 대한 책임 소재의 문제가 잔존하며, 이것은 결국 AI의 귀납을 우리 인간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며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예술에 대해서는 아직 한 인간으로서의 내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정보와 고찰의 부족인지는 모르겠지만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에 대한 내 기존의 우려가 불식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자연어 처리에 관한 대목에서는 알고 나니 내 관념이 너무 편협했던 것 같아 정말 눈이 번쩍 뜨였다. 이래서 알아야 비판을 하건 긍정을 하건 할 수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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