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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관음증 환자인가?
저자/역자
수전 손택
출판사명
이후
출판년도
2007-07-10
독서시작일
2022년 12월 23일
독서종료일
2022년 12월 23일

Contents

 나는 각종 매체가 쏟아내는 잔혹한 이미지들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에서,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이미지들을 스마트폰으로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이미지 과잉 사회에서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스펙터클로 소비해버린다. 이에 대하여 수전 손택은 “의도했든 안 했든, 나머지 우리는 관음증 환자이다.”라고 말하였다. 나는 이 말이 처음에 불쾌했다. 나는 나를 한 번도 관음증 환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전 손택의 말에 따르면, 나는 관음증 환자이다. 나는 “내가 정말로 관음증 환자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나는 평소 잔혹한 사진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처음에 나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와 같은 매체를 통해 접한 잔혹한 사진들을 보고 연민, 분노, 공포감 등을 느꼈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은 오래 지속하지 않았고, 나는 쉽게 잊힌다. 이후에 잔혹한 사진들을 보는 것 초자 싫어져, 아예 외면했다. 나는 신문 기사에서 전쟁과 관련한 기사를 보면 바로 넘겨버리고, 관심 있는 연예 기사만 보았다.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공감을 하면, 내가 힘들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매일 쏟아지는 타인의 고통에 관한 이미지 홍수 속, 나는 점점 무감각해져 가고 있었다.

 수전 손택은 “고통 받는 육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은 나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만큼이나 격렬한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나는 잔혹한 사진들을 보고 쾌락을 느낀 적이 없었다. 보려는 욕망도 그리 격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안도감을 느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잔혹한 사진들을 보고 적어도 나는 안전한 곳에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그리고 연민을 느끼는 나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 이타심을 지닌 사람이 되었다고 자부했다. 결국, 나도 관음증 환자였다.

 앞으로 나는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나는 타인의 고통을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너무 쉽게 외면하였다. 나는 경험해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타인의 고통을 내 방식대로 재해석하거나 유추해서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즉, 나는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다. 그런데도, 나는 타인의 고통에 어느 정도 나의 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타인의 고통에 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전 손택은 안전한 곳에 앉아서 “아아, 저런 일이 벌어지다니 믿을 수 없어!”라고 외치는 바보가 되지 말자고 한다. 앞으로 나는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학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 조금씩 학습을 시작해보려 한다. 미래의 내가 바보에서 벗어나 지금보다 똑똑해져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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