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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신세계
저자/역자
올더스 헉슬리
출판사명
소담출판사
출판년도
2015-06-12
독서시작일
2022년 06월 02일
독서종료일
2022년 06월 04일

Contents

나는 작위적인 것, 인위적인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다. 뭐든 자연스러운 걸 좋아한다. 사람을 좋아해도 솔직한 사람을 좋아하고, 나 역시 솔직하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그랬다. 유치원생 시절에도 작위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다. 그리고 나는 멋진 신세계를 읽으면서도 ‘그’ 불편함을 느꼈다. 멋진 신세계 속 신세계는 너무나도 인위적인 세계였기 때문이다.

멋진 신세계 속 세상은 인간이 모든 걸 구현하는 세상이다. 인간의 손길이 안 닿는 부분이 정말 한 군데도 없다. 인간이 인간의 태생을 정하고, 지능을 정하고, 직업을 정하고, 심지어는 가치관까지 정해 버린다. 그야말로 인간에 의해 통제되고 조종되는 세계이다. 어떻게 이런 완벽히 인위적인 세상을 멋지다고 할 수 있는가. 나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다. 이렇게 모든 것을 ‘정해’버리면 우리가 그토록 중요하다고 외치는 인간의 자유와 의지는 전부 어디로 소멸하는 것인가. 그리고 자유와 의지가 소멸된 인간의 삶이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인간의 본질이 자유와 의지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모든 문명도 결국 자유와 의지 덕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현존하는 모든 건축물들, 문학 작품들, 음악들도 인간의 자유에서 나오는 창의성과, 의지에서 나오는 창작이 아니었다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었을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멋진 신세계는 창의성이 죽어 버린 세계이다. 모두가 현존하는 것을 최상의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히 창의성을 발휘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자리를 잡고 그저 유지, 보수되므로 새로운 무언가의 필요를 느끼지도 않는다.(물론 배아에 관련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와 기록을 원하긴 한다.) 그래서 내 눈에는 멋진 신세계가 ‘죽은 세계‘로 보였다. 창의성이 없는 세계, 새로움이 없는 세계는 나에게 죽은 세계이므로. 멋진 신세계 속 소설 작가들도 결국은 모두 사회에서 요구하는 가치관을 세뇌당했으므로, 그 가치관에 어긋나는 작품들은 영영 탄생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의 가치관이 동일하다니! 반대 의견이 존재하지 않는다니! 정말 암담하다고 느꼈다. 나는 과거에 가치관의 차이로 발생하는 수많은 사회 갈등들을 보면서, ’아, 차라리 모든 사람들의 가치관이 똑같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멋진 신세계를 읽고 나니 그건 옳지 않은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모두의 가치관이 통일되어 지나치게 평화로운 사회보다, 각자의 가치관이 달라 끊임없이 싸우고 화합하는 사회가 더 건강한 사회임을 진정으로 깨달았다. 인간의 가치관에는 답이 없어야 한다. 답이 없어서, 모든 가치관이 정답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자유롭고, 인간의 생각은 자유로우므로.

나로 하여금 또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것은 바로 소설에 등장하는 소마이다. 모든 고통과 부정적인 감정들을 한순간에 없애 주는 소마. 소마는 과연 이로운 것일까? 물론 고통을 순간적으로 잊게 해 준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획기적이고 유용해 보인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인생의 모든 고통과 슬픔들을 넘긴다면 인간은 평생 성숙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레니나는 사회 체계에 맞게 아주 잘 교육된(세뇌된) 인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교육받은 것에 따라, 레니나는 조금이라도 무섭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바로 소마를 삼킨다. 고통에 항상 이런 식으로 대처해 왔기 때문에, 레니나는 위급하거나 긴장되는 상황에서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버나드가 파도 위에서 추진기로만 헬리콥터를 부양했을 때에도, 울음을 터뜨리며 “무섭다. 이곳이 싫다.”만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레니나의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소마는 이롭지 않다. 레니나는 혼자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을 아예 모르는 것이다. 공포 앞에서 그저 두려워만 하는 모습이 마치 성숙하지 않은, 성장하지 않은 어린 아이 같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부정적 감정들을 느낀다. 분노, 우울, 공포, 불안 들은 모든 인간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이다. 어릴 때야 그런 감정이 처음이라서, 혹은 낯설어서 감정에 압도되기도 한다. 그러나 크면서 여러 시련과 고통을 겪고, 여러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 이를 어떻게 다스리는지 배워 간다. 또한 고통을 극복한 이후에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마는 이 모든 과정들을 생략해 버린다. 그러니 소마가 존재하는 세상 속 인간은 고통과 부정적 감정 앞에서 평생 어린 아이일 뿐이다. 이런 이유에서 부정적인 감정과 고통은 괴로움을 주지만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다.

멋진 신세계는 정말 완벽한 세계이지만, 너무 완벽해서 그 가치를 잃어버린 세계 같다.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롭지만, 그 모든 것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불편해진다. 완벽하지만 인간의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린 삶, 그게 정말 가치가 있는 삶일까? 결국 나는 불완전하지만 자연스러운 지금의 세계가 좋다. 모두 가치관이 달라 언쟁하기도 하지만 서로의 견해를 존중할 줄 아는 사회가 좋다. 순간순간 찾아오는 시련에 괴로워하고, 삶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작은 것에 기뻐하기도, 슬퍼하기도 하는 그런 삶이 좋다. 우리의 세계는, 삶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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