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s

>>
Book Reviews
>
느림의 미학 - 나를 찾아서
저자/역자
김영월
출판사명
토우
출판년도
2003-11-15
독서시작일
2021년 12월 23일
독서종료일
2021년 12월 24일

Contents

나는 강박에 갇혀 살고 있다. 내가 가진 강박은 나이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면, 19살에는 고등학교 3학년이어야 하고 20살에는 대학교 1학년이어야 하며, 여자인 나는 군대에 가지 않기 때문에 23살에 대학교 4학년으로 졸업반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어기지 않고 잘(?) 지켜왔다. 휴학하고 싶어도 참고, 자퇴는 더더욱 참았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24살에 직장인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자의에 의해 혹은 타인에 의해 지켜지지 않았다. 취직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취직에 실패한 상황에 더해 강박은 자신감을 낮추고 자존감마저 없애버렸다. 강박이 생기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던 것이 아니기에 강박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했고, 우울함까지 더해졌다. 엄마는 한 날 나를 앉혀놓고는 물었다. 24살에 직장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 질문에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한참을 생각한 후에 독립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엄마는 내가 생각하는 독립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내가 생각하는 독립은 성공이었다. 남들에게 인정도 받으면서 부모에게 자랑스러운 것. 엄마는 한 가지 예를 들었다. 24살에 부모에게서 독립했지만 30살이 되어 부모에게 다시 손을 벌리는 사람과 30살이 될 때까지 부모에게 손을 벌리다 31살에 독립한 사람 중에 누가 내 기준에 부합한 성공한 인생이냐고.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실패한 사람은 나중에라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말했다. 남들에게 받는 인정은 한시적이며, 더 나은 무엇인가가 계속 존재해야 인정이 이어지는 것이라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에 지금 취직을 못 한 것은 인생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그런 수고와 노력을 아직은 안 해도 되는 거라고. 또, 내가 생각하는 부모에게 자랑스러운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엄마인 당신에게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이어 엄마는 또 말했다. 취직을 못 한 지금이 오히려 기회지 않냐고. 혹시 졸업 후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어느 것에도 제약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시기 아니냐고. 만약 취직했다면 지금 내 성격에 하고 싶은 것을 하려 퇴사하기가 쉽겠냐고. 이 말을 끝으로 대화는 끝났다. 나는 처음 상태로 계속 앉아 멍하니 있었다. 그러는 순간 갑자기 이 책의 제목이 떠올랐다. \’느림의 미학\’. 빠르게 흘러가는 공간이나 시간 속에서가 아닌 여유롭고 느린 상황에서 찾는 아름다움. 23살의 마지막 날, 나는, 24살 내 인생의 느림의 미학을 찾으러 떠나려고 한다.

Full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