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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괴물
저자/역자
손원평
출판사명
창비
출판년도
2017-03-31
독서시작일
2021년 12월 13일
독서종료일
2021년 12월 24일

Contents

\’예쁜 괴물\’이란 말이 더 이상 모순으로 다가오지 않을 때 그때에야 비로소 나는 이 책이 베스트 셀러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소설의 시작은 다소 충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주인공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다. 인물의 설정 그리고 눈을 뗄 수 없는 전개까지.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에서 이 책의 진수를 찾을 수는 없다. 아몬드의 가장 큰 장점은 마치 내 얘기를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내가 윤재가 된 것처럼 말이다. 또한 책을 읽다보니 실은 우리 모두가 예쁜 괴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윤재처럼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 다수에 속하지 못하는 특성이, 고유의 성질이 존재한다. 그러한 특징들을 우리는 사회화를 통해 공적인 자리에서는 드러내지 않는 법을, 녹아드는 법을 배운다. 다만,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해 인간관계 그리고 무수히 많은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느꼈을 뿐이다. 사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도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나누는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이며, 그 기준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는 모두 낯선 부분을 지니며 살아간다. 몇십년을 살아도 \’나\’를 알아가는 것이 어렵고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인생은 온통 어려운 것 투성이다.

대학생이 되어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정답이 없는 단 하나가 있다면 그건 바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기준으로, 어떤 지향점을 삼느냐에 따라 인생의 궤적은 무수히 수정되고 변화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인생은 마음 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나 주저 앉는 순간도 오고, 예상치 못한 행운도 따르면서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이 우리네의 인생을 뒤흔들기도 한다. 윤재가 겪었던 충격적인 사고처럼 말이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윤재의 할머니가 따스히 웃으며 \’예쁜 괴물\’이라고 했던 장면이 겹쳐보였다. 괴물이라는 단어에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미지와 감정들이 생겨나는 순간이었다. 험상궃고 험악한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한없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애칭처럼 들렸다. 예쁜 괴물, 예쁜 괴물, 예쁜 괴물.

곤이도, 도라도, 윤재도 모두 행복하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재미도 있으면서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책을 읽었다는 만족감에 한동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 여운은 내 예상보다 더 오래 갈 것 같다. 늘 영미 소설이나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소설이 그리웠다. 잘 쓰인 소설이 고팠다. 그저 그런 글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울화통이 터져 눈물이 나고, 마음이 저릿해서 애틋했다가 주인공의 안녕을 기원하게 되는 그런 글 말이다. 어떠한 각주도, 해석도 없이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는 건 바로 같은 문화를 향유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지 않아도 그려지는 정서와 사회문화적 배경이 독자와 작가의 거리를 더욱더 돈독히 한다.  앞으로도 아몬드와 같이 간결하면서 강렬한 문체의 소설이 많이 출간되기를 바란다. 혹시 아직 아몬드를 읽지 않은 독자가 있다면 지금 바로 아몬드의 첫 페이지를 넘겨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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