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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이 잘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야
저자/역자
올더스 헉슬리
출판사명
문예출판사
출판년도
2018-03-20
독서시작일
2021년 12월 11일
독서종료일
2021년 12월 15일

Contents

우리의 마음속엔 각각의 유토피아가 존재한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또한 누군가의 유토피아를 담은 미래 소설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그 유토피아의 모순에 대하여 파헤쳐 보려고 한다.

멋진 신세계 속 인공부화·조건반사 양육소에서는 수백만의 일란성 쌍생아들이 각자의 계급을 부여받으며 배양된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으로 이루어진 계급은 단순히 개개인의 사회적 지위를 나눌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산소 공급량, 골격까지도 세세하게 구속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차별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멋진 신세계를 균등하고 안정된 사회로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존재가 불가결하겠지만, 사회 구성원들을 계급으로 나누어 차이를 주는 제도가 굳이 필요한 일인가…. 그리고 과연 하위 계급의 사람들에게도 멋진 신세계가 그들이 꿈꾸던 유토피아인가? 더 나아가 멋진 신세계는 과연 누구를 위한 유토피아란 말인가?

이러한 의문은 멋진 신세계의 총통인 무스타파 몬드와 야만인 존의 대화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인간 제조를 수행할 때 왜 모든 인간을 알파 더블 플러스 계급으로 제조하지 않는 것이냐는 존의 질문에 무스타파 몬드는 재투입 실험을 예시로 자신의 이론적 명백함을 주장한다. 그는 이만 이천의 알파 집단을 선정하여 그들이 사이프러스 섬에서 스스로 일을 처리하도록 자유를 준 결과, 육 년도 채 지나기 전에 일만 구천 명이 살해되는 내란이 일어났던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 경험은 그에게 계급의 중요성을 강하게 일깨워준 셈이며, 실험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그가 철저히 사회 구성원들을 조작해나가기 시작한 계기가 된 것이다.

멋진 신세계 속 문명인들은 배양이 될 때부터 수면 교육법이나 조건 반사적 습성 훈련을 통해 다른 계급에 대한 자신의 계급의 상대적 우월성을 세뇌당하며 개인의 사상을 제한받는다. 또한 불안과 고통을 소마 즉, 일종의 마약에 의지해 잠재우며 자신의 감정에 대한 책임감이 약한 모습을 매번 드러낸다. 소마는 개인의 감정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문명인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발생할 사회적 변수들을 제거하는데 아주 용이한 수단이다. 이렇게 문명인들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만 번지르르한 삶이지 그 속에는 모순과 부조리가 뒤엉켜 자아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도자들은 문명인들의 사적인 감정과 관념을 묶어두고 오직 각자 맡은 역할에만 충실하도록 그들을 설계한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을 속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러한 문명인들의 삶이 그들이 원하던 유토피아에서의 삶과 일치한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이는 오로지 멋진 신세계 속 지도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소수의 유토피아를 이루기 위해 다수의 삶이 이렇게나 처참해진다면, 우리는 이를 유토피아하고 칭해서는 안 된다. 이는 그저 몇몇 지도자들이 자신의 목이 잘리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모두를 위한 완벽한 유토피아인 척 가면을 쓴 디스토피아이자 하나의 거대한 연극일 뿐이다. 어쩌면 우리도 이러한 거대한 연극에 속으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간 밝은 미래가 찾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 때문에 현재 우리에게 닥친 부조리한 상황들을 애써 무시한 채 내 안에 있는 자아의 외침을 왜곡하면서 주어진 상황에 나를 끼워 맞추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회에서 진정한 나의 자아를 그대로 드러내며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이 무척이나 애달프지만, 우리가 이러한 현실에 속아서 자기 자신 또한 속이며 사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면서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며 웃고 있지만 반대로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누구나 해봤을 법한 이 행동은 자신의 목이 잘리지 않기 위해 멋진 신세계를 그럴듯하게 조작해놓은 무스타파 몬드의 행동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천천히 우리 자신을 멋진 신세계처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가 멋진 신세계가 되지 않도록, 우리는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며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겉으로 드러내야 한다. 이는 내 자아의 진정한 유토피아를 실현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자,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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