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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보다 인간이 경이롭다
저자/역자
김상욱
출판사명
동아시아
출판년도
2018-11-07
독서시작일
2021년 11월 18일
독서종료일
2021년 11월 20일

Contents

  \’ 우주보다 인간이 경이롭다.\’ 

  책의 면지에 적힌 문장이다. 세상이 유독 힘들게 느껴졌던 때 이 문장을 보고 울컥했던 기억이 난다. 

  모두가 잠든 어슴푸레한 새벽에 집을 나와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걷다보면 해 뜨기 직전의 하늘이 보인다. 아직 떠오르지 않았는데도 벌써 밝아진 하늘을 보며 ‘아, 태양이란 완전히 떠오르지도 않았는데 세상을 빛내는구나. 그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있으나마나한 존재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나는 티끌조차도 안될거라는 사실이 허무하고 서글펐다. 하지만 이 문장은 내 모든 생각을 부드럽게 전복시켰다. 나보다 훨씬 큰 우주를 보며 무력감을 느꼈는데 물리학에 관한 책에서 위로를 받다니, 아이러니했지만 너무나 인상 깊은 문장이었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적어보자면, 데모크리토스는 “관습에 의해 달고 관습에 의해 쓰며, 관습에 의해 뜨겁고 관습에 의해 차갑다. 색깔 역시 관습에 의한 것이다. 실제로 있는 것은 진공 뿐이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데모크리토스의 눈으로 본 세상은 허무하다. 우리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이 원자들의 모임에 불과하며 불멸하는 것은 영혼이 아니라 원자다. 원자가 없다면 세상도 없다. 하지만 저자는 반대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어린 시절 그렇게 두려웠던 죽음은 원자론을 알고나서는 그저 원자가 흩어지는 일이었을 뿐이라고.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너무 슬플때는 우리 존재가 원자로 구성되었음을 떠올려보라고. 그의 몸은 원자로 산산이 나뉘어 또 다른 무엇인가의 일부분이 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신기하게도 죽음이나 슬픔에 대한 내 두려움도 같이 희석되는 기분이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책의 말미에 저자는 물리는 결국 한마디로 우주에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하는거라고 한다. 우주는 그저 우연의 연속으로 흘러가고 결국 그것을 붙잡고 의미와 가치를 만드는 건 인간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인류라는게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인간. 문명을 만들고, 철학을 논하고, 음악을 만들고, 끊임없이 세상을 탐구하고 나름의 답을 찾는 인간이야말로 어쩌면 이 우주에서 제일 불가사의한 존재는 아닐까? 왜 저자가 우주보다 인간이 경이롭다고 언급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우주. 물리학. 어떻게 보면 참 멀게만 느껴지는 이야기다. 특히나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학이나 과학이라면 학을 뗐던 사람이라 사실 이 책을 다 읽는게 쉽지 않았다. 특히 물리학은 딱딱하고 어려운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아, 이렇게 감성적인 물리학도 있구나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눈으로 함께 세상을 바라보며 참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물리학이라니, 어딘가 이상하지만 그 말이 참 잘어울리는 책이다. 나는 요즘들어 참 비관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세상은 참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었구나. 내가 보지 못하고 지나간 것들에 대해서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나를 둘러싼 세상, 나를 감싸는 세상… 이 우주, 이 세상, 삶, 모든 인연은 의미없는 우연의 연속이라고 말하지만 그것들에 애정을 붙이고 의미를 만들어서 사는 인간이라는 존재란 저자의 말처럼 참 경이로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래, 우주보다 인간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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