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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저자/역자
김호연
출판사명
나무옆의자
출판년도
2021-04-20
독서시작일
2021년 07월 07일
독서종료일
2021년 07월 07일

Contents

24시간, 과자와 가공식품부터 패스트푸드까지 실속 있는 편의점 제품을 빠르고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공간, 바로 편의점이다. 한국에는 동네 슈퍼와 백화점, 동네 시장이 있지만 나 역시 이곳을 자주 들린다. 동네 책방에서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장편 소설)을 골랐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공간이자 쉬어가는 자리가 마련된 곳. 당장 서점에서 5분 거리에도 있다. 그런데 ‘불편한 편의점’? 분위기가 따스한 편의점 느낌과 다르게 대조 표현이다.

‘불편한 편의점’은 옴니버스 구성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병렬식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과 편의점을 들리는 목적은 다르다. 편의점은 할인 행사도, 구매할 것도 한정적인데 등장인물이 방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고 씨는 서울역 노숙자였다가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면서 수많은 손님을 만났다. ‘제이에스’라고 부르는 진상부터 사연 많은 편의점 사장님 아들까지, 급기야 독고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주변의 음모론을 묵묵히 삼킨다. 어눌한 말투와 외양은 ‘불편함’이라는 선입견을 주지만, 그의 소통 방식은 특별했다. 시름에 잠긴 어느 손님이 방문할 때 시원한 옥수수 수염차를 건네며 진심으로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더 비싼 편의점 물건 대신 ‘원 플러스 원’ 제품을 권하거나, 손님을 위해 재고 상품을 구비하는 독고씨. 어느 순간 불편한 편의점은 사람들의 사랑방이자 안식처 역할을 한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사회를 살아가면서 보이는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흔적이 보였다. 역 주변에서 택배 박스를 덮고 자는 노숙인들, 코로나-19 이후 자활의 기회를 놓치고 역 주변을 배회하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취업이 되지 않는 자식 세대와 부모님과의 갈등은 취준생들의 흔한 고민이다. 상처의 치유는 상대의 말을 경청해주는 것인데, 우리 사회는 그럴 여지를 제공하는지 반문해본다. 각자 살아온 생애 환경은 다르지만 서로 이해하려는 상황을 통해 한 발자국씩 나아간다. 우리 사회를 조명한 좋은 작품,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최저임금부터 사회의 위계질서, 갑질, 꼰대, 상처를 치유 받고 싶은 마음 등 어쩌면 현대인의 삶이 반영된 자화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는 않지만, 사람과 사람의 마음 거리는 좁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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