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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버린 \'나\'
저자/역자
프란츠 카프카
출판사명
문학동네
출판년도
2011-10-07
독서시작일
2021년 05월 09일
독서종료일
2021년 05월 10일

Contents

 여느 때와 다른 없는 어느날, 침대에서 눈을 뜬 내 모습이 무언가 심상치 않다. 둥그런 껍질, 손대신 보이는 얇고 긴 다리. 나는 거대한 해충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집 『변신』 중  변신의 첫 내용이다. 자신이 해충으로 변해버린 모습을 보고 과연 무슨생각이 가장 먼저들까 ?

 소설의 주인공, 그레고르는 당장 회사에 출근하는 일부터 걱정한다. 그 과정 속에서 그의 고단한 회사생활과 일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가족들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회사에 나오지 않자 정말 칼같이 지배인이 그의 집에 찾아온다. 문을 열라고 재촉하는 지배인에게 모습을 드러낸 그레고르는 가족들을 위해서, 자신이 먹여살려야만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애원한다. 그는 가족들 중 돈을 벌어와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자기자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남들이 듣기에 알 수 없는 말을 퍼붓는 중이었고 지배인은 곧장 도망갔다. 그리고 가족들이 느끼기에 그는 그저 괴물일뿐이다. 그 후 놀라운 점은 그레고르가 없으면 돌아갈 것같지 않았던 집안이 생각보다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레고르는 아주 멀끔한 제복차림으로 퇴근하던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의 평소모습을 떠올리며 무척이나 놀란다. 그레고르가 이런 모습으로 변하기 전에 가족들이 함께 힘썼다면 그는 그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그는 더 이상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제 저것을 떨쳐내야만 해요.\” 그가 무척이나 아끼던 여동생이 그를 보며 말한다. 무너져가는 집안을 다시 살린 그레고르는 이제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가족들을 이해한다. 홀로 쓸쓸하게 죽어간다. 그의 죽음을 알게 된 가족들은 슬퍼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뻐한다. 그동안의 수고는 다 누굴 위한 것이었을까 ? 가족들은 모두 하루씩 일을 쉬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겸 교외로 나가려고 한다.

 그레고르는 가족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나\’라는 정체성을 잃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동안 가족들은 멋진 옷을 입고 그가 가져다주는 돈으로 , 그가 구해준 집에서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이제 그는 자신의 모습을 잃었다. 아무것도 아닌 벌레 한 마리가 된 것이다. 경제력을 잃은 그에게 가해지는 가족들의 시선은 무관심에서 혐오로 바뀌었다. 비록 모든 것을 잃었어도 가족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가족들에게는 이제 그의 자리가 남아있지 않다. 자신이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가족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잃었다. \’나\’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가족들에게 그레고르는 그저 생계수단뿐이었을까 ? 사실 가족들은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진정한 가족이라면 그레고르 가족과 같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레고르가 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했다. 동시에 나는 가족구성원으로서 얼마나 많은 일을 떠맡겼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우리집에도 그레고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그 소중함을 가족들이 지쳐쓰러져 마치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 때야 알아차릴 것인가. 책을 읽으며 많이 반성하고 깨달았다. 가족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가족들을 위해 조금만 더 생각하자고 다짐했다. 그레고르 가족이 우리가족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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