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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모던한 부활
저자/역자
이훤
출판사명
문학의전당
출판년도
2016-08-23
독서시작일
2021년 05월 04일
독서종료일
2021년 05월 04일

Contents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는 짧은 시가 여러 개 묶여있는 시집입니다. 처음에는 ‘버리지 못한 문장’이라는 책 제목의 의도가 궁금했고, 노란색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읽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시 내용은 어렵지 않아서 다들 가볍게 한 번쯤은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시집에서 가장 좋아했던 시는 ‘안에서 만지는 바깥’과 ‘당도’, ‘이방인’, ‘그대도 오늘’, ‘쉽게 구겨진다 해서 쉽게 펴지는 것은 아니고’ 였습니다.

‘안에서 만지는 바깥’에서는 자신의 마음이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밖에 머물러 있음으로써 생기는 불안한 감정을 담담한 어조로 전하는 내용입니다. 마음이 밖에 있으면 나에게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꾸만 자신을 지워가며, 안에서 바깥을 구하고 바깥에서 안을 가지려 했던 내가 누군가였던 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입니다.

‘당도’에서는 “잘 부러지는 언어와 둥그런 행동거지를 익힌 동물만 어른이라고 불리는 세계에 당도했다”며 시작합니다. 어른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아주 무겁습니다. 어른으로서 지켜야 하는 규칙들도 많습니다. 더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어른으로서 아픔도 견뎌내야 하고, 예법도 지켜야 하고 실수도 하면 안 될 듯한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도’에서는 예법의 낯빛이 날카롭다고 표현합니다. 혼자일 때 마음껏 슬퍼하고, 예법도 무시해가는 마치 동물 같은 모습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둥글지 못해 부러진 것입니까, 부러졌기에 둥글지 못한 것입니까”라는 구절은 제 머릿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둥근 모습을 원하는 사회에서 부러진 모습은 흠이겠지만, 그 부러진 모습은 사회가 둥근 모습을 강요하여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부러졌기 때문에 둥근 모습이 될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시의 시작 부분에 “둥그런 행동거지를 익힌 동물만 어른이라고 불리는 세계”라고 이야기했는데 이 둥그런 행동거지를 익히지 못한 사람들을 부러졌다 표현한 것인지 궁금했고 많은 생각이 드는 시였습니다.

‘이방인’에서는 내가 나를 이방인으로 몰아내고 질타하고 배척하며, 스스로 나의 바깥에 보냅니다. 나를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나임을 알지만,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해서 내가 나를 낯선 이방인 마냥 몰아내 스스로 상처를 줍니다. 이 시에서 “잊힌 국적을 찾으러 간다”고 표현하는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가장 먼 경계였음을 깨닫고 이방인으로서의 자신이 아닌 자신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그대도 오늘’에서는 6줄의 아주 간략한 시입니다. 자책하고 낙담하는 사람들에게 그대도 오늘 누군가에게 위로였다며 고개를 들라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고, 누군가가 나에게 위로를 받으며 살아가는 데 쓸모가 없다며 자책하는 것이 중요할까요.

‘쉽게 구겨진다고 해서 쉽게 펴지는 건 아니고’에서는 영수증에 빗대어 구겨진 마음을 표현합니다. 구겨지는 건 쉽습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쉽고 자신을 미워하는 일도 쉽습니다. 하지만 펴지는 건 어렵습니다. 한 번 구겨진 마음이 펴지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요.

이상으로 책 소개를 마칩니다. 이훤 시인은 “백석의 부활”이라고 불릴 정도로 좋은 시인입니다.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에서는 대부분 시가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고 여운도 오래가기 때문에 다들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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