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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보통의 평범함 (평범함을 지키기 위한 사투)
저자/역자
알베르 카뮈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11-03-25
독서시작일
2022년 03월 11일
독서종료일
2022년 03월 13일

Contents

‘평범함’. 볼품없는 단어 같지만, 평범함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수한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별 무리 없이 평범함을 이어나갈 테지만 세상엔 보통의 사람들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명확한 기준도 없는 이 보통의 조건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무던히도 사투를 벌인다.

책 <이방인>에서 뫼르쏘는 굉장히 독특한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모친의 죽음에 이다지도 초연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자신이 벌인 살인에 대한 이유 역시 보통의 사람이라면 납득도 못 할 말을 한다. 내리쬐는 태양 빛이 뜨거워서라니. 실로 보통의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 답변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그의 모습에서 어쩌면 나는 부러움의 감정을 가졌던 것 같다. 사람들이 특이해 보이지 않기 위해 갖은 애를 쓰며 살아가는 그 와중에, 그는 자신을 평범함으로 무장하기보다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걸지도 모른다. 그런 모습이 나에게는 대담함을 넘어 비범해 보이기까지 했다.

작가가 살던 시대에 ‘평범함’이란 무엇이었을까. 무너져가는 시대를 바라보며 보통의 사람이라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평범한 것이었을까. 지금은 감히 짐작도 못 할 그 감정을 어렴풋이 느껴보려 애써보아도 이렇다 할 해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들 역시도 처음 겪었을 그 상황에 무던히도 평범하기 위해 애썼겠지, 하고 어림짐작할 뿐이다. 그런 시대를 살다 간 작가가 ‘뫼르쏘’라는 인물을 통해 말하고자 한 바는 어쩌면 평범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려는 게 아니었을까. 물론 그것이 살인 앞에서도 정당화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솔직함의 이유로는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느끼는 바를 숨김없이 전하는 뫼르쏘를 보며 참으로 특이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나는 감히 내가 평범함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나 역시도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간다. 이따금 내가 평범의 범주 밖에 놓여있다고 자각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나는 나 자신에게 이질감마저 느낀다. 하지만 평범한 이들 속에 들어가기 위해 티를 내지 않고 나 역시도 평범한 척하며 살아왔다. 거스르려는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다. 평범함과 거리가 있는 내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되기라도 하듯이, 나름의 금기를 어기지 않으려 애썼다. <이방인>을 읽으면서도, 뫼르쏘에게 몰입한 나머지 ‘이럴 때는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하며 주인공에게 가르치려 들기도 했다. 하지만 책 속 인물은 내 생각과는 어긋나게 행동했고, 나에게 꽤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가만히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러면 안 되는 법은 없었다. 그처럼 행동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그를 이해하고 믿어주었고, 그도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그게 그 나름의 ‘평범함’이었으리라.

이처럼 ‘보통의 조건’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이 스스로가 세우는 것 같다. 일반적 사람들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는 그가 조금은 특이해 보일지라도, 그건 그에게는 평범한 일부일 수 있으니. 자신이 타인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런 자신의 모습이 가장 보통의 평범함이 아닐까? 그 어느 후회도 남기지 않는, 내가 아닌 척 애쓰지 않아도 되는 본연 그대로가 가장 평범한 보통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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