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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시간은 안녕하신가요?
저자/역자
이국환
출판사명
산지니
출판년도
2019-09-10
독서시작일
2022년 04월 14일
독서종료일
2022년 04월 07일

Contents

사람으로 사는 고작 일백 년의 기억은 너무나도 많다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사소한 것 하나 정도는 발가락 사이에서 짓뭉개져다시는 보지 못해도 모를 만큼이나그래서일까우리에게는 기억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러니의 발생은 하루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기 이전에 시간 역시, 언제나 흐르는 것이기 때문에 생겨난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 인생 속 시간에 대한 이야기 한다책은 말한다시간은 한 땀 한 땀 소중하게아끼는 것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만들어가는 것이라고끝이 오기 전까지 끝은 없으니 살아가는 동안 꿈과 낭만을 가지라고그래서일까작가는 삶의 어떤 것에서든 가치를 찾아내며 여러 주제를 통해 자신이 찾아낸 이야기를 공유한다그리고 그 속에서 나타나는 깔끔함과 담백함은 눈으로 들어와 가슴 언저리에 닿는다신체 기관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글자가 내면으로 들어와 그들이 향할 통로를 개척해나가는 것이다.

땅 위에 길은 없다던 누군가의 말처럼 이 책은 읽는 이에 따라 진로를 바꾼다여러 주제를 담은 이야기를 통해서 다양한 지식을 얻게 하기도사람을 위로를 해주기도세상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작가는 자신했다결코 쉬운 책은 아니지만 중학생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책이라며약간은 모호했던 그 말뜻이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선명해지는 것을 느꼈다독자에 따라 달라지는 책의 정체성그것을 상기하니 어쩌면 그렇지 않은 게 이상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 결과 필자는 이 책을 통해  위안과 충족’을 얻었다.

가족 간에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선행되어야 함을

가족 심리학을 다룬 여러 책은 공통으로 강조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숙제 中 p. 208)

사람이 성장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타고난 기질과 주변 환경이다. 더군다나 유아기에는 가족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그 누가 가족도 사랑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하는 집단이라고 말해주던가. 가족은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사랑해야만 하는 존재라고 모두가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책은 이처럼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당연하게 꺼낼 수 없던 말을 무심하게 건넨다. 객관성을 바탕으로 한 덤덤함과 가볍지 않음이 주는 위안. 그것이 이 책이 가진 최고의 강점이라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책을 읽다 보면 이야기의 전개나 등장하는 이들에 대한 가치관,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제외하고도 많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뜻밖의 지식을 얻어갈 때이다. 근거가 없다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 또는 사랑의 유효 기간과 같은, 머리 위로 흘러가는 바람과 같은 지식들. 그런 관점에서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를 다시 살펴본다면, 다양한 것들을 주제로 다룬 이 책은 굉장히 흥미롭다 이야기 할 수 있다. 작가는 방대한 양의 지식으로 글을 쓴다. 사람들이 흔히 알지 못하는, 혹은 그냥 지나가는 것들에도 신경을 쏟아부으며 섬세하게 글을 써, 책과 영화, 시간과 사람 같은 것들에게서 얻은 사랑과 이해, 깨달음으로 책 한 권을 가득 채웠다. 쓰기 위해 읽었다는 말로 대변해도 좋을 만큼이나 무수한 내용을 품은 이 작은 도서는 크기와는 다른 묵직함을 가진다. 그리고 그 묵직함은 신체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독자 마음의 빈 부분을 따스하게 충족시켜준다. 이처럼 자신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의 무게까지 짊어진 책은 읽는 이의 삶을 이해하며 위로하며 채워준다.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통해 독자들이 살아갈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에 돌아볼 기회를 만들어준다.

잘 닦인 아스팔트 도로를 지나가는 것은 1차적 의미 그대로 지나가는 것일 뿐이다. 그것을 삶에 비유한다면, 모든 사람의 종착역인 죽음을 향해서 막힘없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둘러보지 못하는 반강제적인 하루하루를 보내는 동안 시간은 살아가는 것이 아닌 남은 것을 셈하며 찬찬히 살해되는 대상이 되어간다

 그렇기에 나는 속절없이 세상을 흐르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살다 보면 도전이라는 뜨거운 알맹이가 목을 타고 넘어와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고자 할 때가 온다그것을 뱉어낼 것인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관이나, 만약 뱉어내지 못한다면 그 묵직한 것은 다시 식도를 타고 넘어가 몸속 어딘가에서 서서히 식어간다어쩌면 미련이라는 씨앗이 되어 싹을 틔운 채로, 결코 사라지지 않는 채로그렇게그렇다면 과연 발아의 기간 동안 그것을 성장하게 하는 양분은 무엇일까불안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개인의 타협인가개인이 흔들리지 못 하도록 막아서는 현실인가사실 그게 무엇이라 한들 갈 수밖에 없는 땅 위에 서 있는 삶이시간이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그렇기에 이 책은 그저 지나가는 이들에게 질문한다너의 삶 속 시간은 정말로 무탈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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