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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위로하고 감싸주는 더 큰 슬픔의 힘
Book name
저자/역자
최은영
출판사명
문학동네
출판년도
2021-07-27
독서시작일
2022년 06월 06일
독서종료일
2022년 06월 09일

Contents

이 소설을 읽으며 유난히 많이 울었다. 올해 읽은 책 중 나를 제일 많이 울린책이랄까. 한 호흡에 책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난 지점도 더러 있었다. 책을 덮고 방에 들어가 소리내어 울어야 겨우 정리가 될 정도로 큰 폭의 감정이었다. 그런 내 모습이 당황스러워 왜 이렇게 감정이 주체가 안될까 생각했다. 막상 책을 읽을 때는 알 수 없었던 것 같다. 독서를 마치고 문장들을 필사하며 정리를 하니까 조금 알 것 같기도

너무나 많은 나를 만나서, 내밀하게 감춰줬던 아픈 속내들을 훤히 들여다 보게 해서 눈물이 났던건 아닐까 생각한다. \’지연\’이라는 인물은 여러 대목에서 나를 떠올리게 했다. 스스로에게 더 없이 가혹하고 잔인해지는 성장에서, 고통의 시간을 지나며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을것을 염려하며 침잠하는 시간에서, 인간의 잔인함과 무정함에 상처를 받아 피 흘리는 모습에서, 상처 받은 과거의 스스로를 애써 무시하고 버티듯이 살아온 삶에서… 그 모든 순간에 나를 봤다. 그래서 그 인물 스스로 마음을 다 잡으며 하는 말을, 체념하듯 하는 말들은 곧 내 말이었다. 내가 속에서 수백번 외쳤던 혼잣말이었다. 그런 이유로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슬픔을 위로하고 감싸주는 더 큰 슬픔의 힘\’

\’밝은 밤\’ 띠지에 적혀있는 문구다. 완독하고 나니 책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연\’의 아득한 슬픔은 내게 위로였다. 누군가의 슬픔이 위로가 된다는 건 어쩐지 비정하지만 실제로 그랬다. 나의 자질구레한, 차마 펼쳐보지도 못할 정도로 뼈아픈 슬픔들 역시 언젠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에. 그 확신은 내게 너무 필요한 것이었다. 삶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힘들 수 있나, 이 삶을 버티듯이 살아내서 결국 내가 도달할 자리는 어디인가 라는 비참한 질문에 대한 답이 되어줬다.

나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은 모두는 각자가 필요한 모양의 위로를 건네받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내가 그랬듯 어떤 인물을 통해서든 모두가 자신을 마주할테니까. 나를 가격하는 효용이 전부였던 내 슬픔이 누군가의 위로가 된다는 건 얼마나 벅찬 일일까 생각한다. 그 벅찬 끝을 생각하며 꿋꿋이 버터내겠다 다짐한다.  비극 따위에 짓밟히지 않겠다고, 밟으로 할수록 고개를 쳐들고 덤벼들겠다는 다짐. 그게 날 더 괴롭게 하겠지만 그 끝을 생각하면 그리 고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책의 제목처럼 비극을 통과해내는 그 시간은 어두운 밤이겠으나 주체인 내가 꼿꼿하니 밝은 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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