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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우리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Book name
저자/역자
권형술
출판사명
바다 1998
출판년도
1998
독서시작일
2020년 11월 09일
독서종료일
2020년 11월 09일

Contents

[프롤로그]

소설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주인공 나오키와 그의 형 츠요시의 ‘편지’를 통해 진행됩니다. 세상에 남은 핏줄이라곤 둘 밖에 남지않은 형제 나오키와 츠요시. 그러나 그 둘은 이제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주인공 나오키에게는 형인 츠요시의 존재가 늘 ‘걸림돌’이 되었고 부정하고 싶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어쩌다가 둘은 그런 사이가 된걸까요?

 

형 츠요시는 동생인 나오키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번번한 직장도 모아둔 목돈도 아무것도 없는 그였습니다. 형은 동생 나오키가 ‘돈’때문에 대학진학을 거의 포기하고 있으며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동생을 위해 ‘너를 위해 모아둔 정기예금 목돈이야’라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싶었지만 현실은 아무것도 해줄수 없었습니다. 이 때 츠요시는 생각합니다. 몇 년전 방문했던 부잣집 오카타 할머니 댁. 오카타 댁에서 돈을 훔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이라면 자신의 그리고 동생의 처량한 처지에 오히려 이해해주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말입니다.

 

범행을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츠요시는 오카타 댁을 들어갔습니다. 아무도 없는 정막한 집안. 많은 것을 훔치지는 않기로하였습니다. 딱 이정도만 훔치고 몰래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할 쯔음 눈에 들어오는 소파. 소파에 잠시 누워 자신의 집에는 없는 신문물 테레비젼을 리모콘으로 이것저것 눌러보며 구경하였습니다. 만약 그 때 물건만 훔치고 나왔다면 모든 것이 달라져있었을까?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나 문 앞에서는 오카타 씨가 서있었습니다. 서로 이게 무슨 상황인지 벙쪄있었습니다. 그러다 오카타 씨는 연세에 맞지않게 날렵히 전화기 앞으로 달려가며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였습니다.

 

츠요시는 오카타 씨를 말리려다가 결국 살인을 하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이후 츠요시의 범행으로 츠요시는 감옥에 들어갔습니다. 감옥에 들어가서도 동생 나오키만을 걱정하며 나오키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형은 모르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편지로 인해 동생 나오키는 하루하루를 지옥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부정하고 싶은 형의 존재]

동생 나오키는 하고 싶었던 음악밴드를 들어갔습니다. 처음으로 자신이 가슴뛰며 활동했던 음악. 그러나 살인자인 형과의 형제관계라는 이유만으로 나오키는 결국 스스로 밴드를 나와야했습니다. 이후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여자의 부모님의 반대때문에 헤어져야했습니다. 결국 좋아하던 음악도 사랑하는 여자도 자신의 형 때문에 포기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눈치없이 편지를 보내오던 형 츠요시. 그래서 나오키는 결심합니다. 형의 존재를 숨기기로. 새롭게 직장을 구하게 된 나오키는 형의 존재를 숨겼습니다. 그러다 어떠한 계기로 형이 수감자라는 사실을 대표에게 사실대로 말해야했습니다. 결국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된 나오키. 손님들을 마주하는 영업팀에서 물류창고를 정리하는 팀으로 발령이 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나오키는 말합니다. ‘세상은 나를 차별한다. 살인은 내가 아니라 형이 저질렀는데도 그의 형제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온갖 차별을 당했다’라고. 이에 대해 대표는 이야기합니다. ‘그건 당연한 것이라고.’사실 예상치못한 답변이라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그러나 대표가 말한 ‘당연한 차별’은 이후 나오키가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도피하지않고 직시할 수 있도록 각성하는 계기가 됩니다.

 

[특별한 사람, 유미코]

여러 일들이 있던 중 만난 현재의 아내, 유미코. 유미코는 지나치게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을 부당하게 다른 포지션으로 발령하던 회사에게 당돌히 이야기했던 사람. 형 츠요시의 편지로부터 벗어나기위해 형에게 새로운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던 나오키를 대신하여 답장을 써주었던 사람. 소설 속 나오키의 주변인들은 살인자 형을 둔 형제라는 이유를 알게된 이후 여러가지 이유로 나오키로부터 멀어져갔습니다. 그러나 유미코만큼은 달랐습니다. 자신은 이미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고 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자신을 돌봐주고 좋아하던 사람, 유미코. 잠시 독후감을 쓰고 있는 눈누난나의 시점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소설 속 유미코와 나오키의 관계는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였습니다. 둘을 어떤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남녀간의 뜨거운 사랑보다는 ‘엄마와 아들’같이 엄마의 무한한 사랑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다시 소설시점으로 넘어가자면 나오키는 자신에 대해 걱정해주고 오지랖넓은 모습의 유미코를 그닥 탐탁치않아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그녀와 자신에 대한 차별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이야기해준 회사 대표덕분에 나오키가 현실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그만두게 됩니다.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는 날이 올까?]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어떻게 끝나갈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던 소설입니다. 다만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눈물을 쏟았던 기억이 납니다. 어떠한 계기로 음악밴드를 함께 하던 멤버로부터 연락이 옵니다. 수감자들에게 음악봉사를 한다는 맴버. 이를 함께 해보지않겠냐는 그의 제안에 처음엔 나오키는 거절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계기로 나오키는 그의 제안을 수락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 계기는 바로 형 츠요시의 편지였습니다. 자신에게 보낸 편지가 아닌 다른 이에게 보내었던 편지 때문입니다. 형 츠요시는 수감생활을 한 이후로부터 계속해서 그가 범행을 저질렀던 오카타 댁의 유족분들께 편지를 써내려갔습니다. 이를 알게된 것은 나오키가 오카타 유족분들을 직접 찾아갔을 때였습니다. 몇 년만에 제대로 된 사과를 하러간 나오키. 그러나 오카타 씨의 아들은 이를 달갑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다만 먼길을 찾아온 나오키에게 그의 형 츠요시가 자신에게 보내온 편지들을 모두 보여주었습니다. 몇 년간 끊임없이 보내온 편지의 내용은 크게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동생 나오키의 대학진학소식, 결혼소식, 직장을 구했다는 소식 그리고 죄송합니다와 반성하고 있습니다 라는 등의 내용뿐이었습니다. 편지를 받은 유족은 감옥에서 오히려 동생의 소식때문에 기뻐하는 것 같아 더욱 고통스러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츠요시에게서 마지막으로 온 편지를 보고 마음이 조금은 달라졌다고 이야기합니다. 츠요시에게 마지막으로 온 편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오카타 다케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중요한 말씀을 드리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며칠 전 동생으로부터 편지가 왔습니다. 교도소에 있는 사람에게 가족으로부터 오는 소식만큼 기쁜 것은 없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편지를 읽고 저는 놀랐습니다. 거기에는 이제 다시는 편지를 쓰지 않고, 제가 보내는 편지도 받지 않겠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동생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그 편지에는 형이 강도살인범이라는 이유로 그 애가 지금까지 얼마나 고생했는지, 그 고통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자기 아내와 딸이 얼마나 괴로운 일을 당하고 있는지가 절절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지금 상태라면 딸의 결혼에도 지장이 있을 거라는 어두운 예상도 적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형제의 인연을 끊겠다고 한 것입니다. 제가 출소한 뒤에도 연락을 하려 하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그 편지를 읽을 때의 제 충격을 짐작하실지, 동생에게 절연 당한 것이 쇼크였던 건 아닙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저라는 존재가 동생에게 계속 고통을 주어 왔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동시에 당연히 그런 일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 동생이 이런 편지를 쓸 때까지 눈치채지 못한 제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죽고 싶을 정도로 자기혐오에 빠졌습니다. 다른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이곳에 있으면서도 갱생 같은 건 하지도 못했던 겁니다.

동생 말이 맞습니다. 저는 편지 같은 걸 써서는 안 되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습니다. 오카타 씨에게 보낸 편지도 아마 틀림없이 오카타 씨에게는 범인의 자기만족에 불과한 불쾌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을 거란 사실을. 그걸 사죄하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썼습니다. 물론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삼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다케시마 츠요시 올림.

 

추신: 동생에게도 사과 편지를 쓰고 싶지만 이제는 보낼 수가 없습니다.

 

편지의 내용을 본 나오키는 눈물이 그칠 새가 없었습니다. ‘저는 편지 같은 걸 써서는 안되는 거였습니다.’라는 구절을 보며 ‘그게 아니여 형’이라고 외치고 싶어했을겁니다. 만약 츠요시가 편지를 쓰지않았더라면 괴로울 일도 없었을 테지만 길을 모색할 수도 없었기때문입니다.

 

이에 나오키는 형이 수감되어있는 교도소를 찾아가 <이메진>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소설 ‘편지’는 끝이 납니다.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소설에서 사용된 요소는 ‘강도살인범의 형 그리고 그의 동생’, ‘차별, 대우’와 같이 어둡지만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충분히 이해될만한 상황들을 그려놓았습니다. 실제로 내 주위에 강도살인범과의 혈연관계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실을 알고도 그 사람을 똑같이 대할 수 있을까? 아마 못할 것이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해가 될 것 같다고 생각되면 그것을 피하곤 합니다. 주인공 나오키는 불행하게도 형이 강도살인범이라는 이유로 자신도 차별대우를 받곤합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그것이 인간이라고 이야기하며 어쩌면 나오키의 대우에 대변해줄 사람은 그리 많지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있습니다.

 

작가의 의도가 뚜렷하게 들어나는 구절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당연한 차별, 당연한 대우’라는 키워드가 유일하게 작가가 의도하는 바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했습니다. 범죄자라는 소재로 그의 가족들이 고통받는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그에 대해 형벌을 받습니다. 형을 다 받고나면 ‘죗값을 치루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 부분에서 과연 그것이 정당한 죗값을 치룬 것인지에 대해 묻고 있는 듯합니다. (옮긴이의 말 중) 이는 작가자신도 모르기 때문에 ‘편지’라는 작품을 쓰지 않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나에게 형 츠요시와 같은 존재는 무엇일까]

이 블로그는 저에 대한 모든 기록을 담는 블로그입니다. 그러나 분명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저에게도 형 츠요시와 같은 존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츠요시처럼 범죄를 저지른 것도, 수감 중인 것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소설 속 츠요시의 존재는 비단 ‘살인범’이라는 전과를 가진 사람만을 지칭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차별대우’를 정당화할 수 있는 존재라면 그 누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츠요시의 존재는 오랜시간 저를 마음 속에서 갈등하도록 하였습니다. 자신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가지지만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나오키처럼. 저 또한 살아가면서 츠요시같은 존재로 혼자 끙끙 앓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츠요시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받아들이는 것에 따라 다르게 정의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후기]

이 책을 처음 구매하게 된 것은 줄거리가 흥미로워보여서가 아니었습니다. 단지 제목 ‘편지’처럼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내려가며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다는 생각에 흥미로워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구매한지는 1년이 넘었지만 최근에 다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츠요시의 존재를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랬더니 나오키가 갈수록 현제의 문제로부터 도망치지않고 직시하려는 모습에 감탄하였습니다. 아직은 소설 속 나오키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도 언젠간 소설 속 나오키처럼 츠요시라는 문제로부터 스스로 도망치지않고 맞닥뜰일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길 바랍니다.

 

이 책 완전 추천합니다! 제가 글을 너무 못쓰다보니 구구절절하게 적었네요 ..ㅠ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 속엔 외면할 수도 포용할 수도 없는 문제가 하나쯤은 있을거라고 말입니다. 그 문제에 대해 들여다보고 싶은 용기를 가지고 싶으신 분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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