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쓰기

>>
서평쓰기
>
위대함의 무게
저자/역자
스콧 피츠제럴드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09-01-20
독서시작일
2022년 11월 28일
독서종료일
2022년 11월 30일

서평내용

(위대함의 무게)

 우리는 ‘위대하다’라는 표현을 언제 쓰는가? 위대한 부모님의 사랑, 위대하신 세종대왕님. 간혹 높은 목소리로 ‘위-대하신’이라고 말하는 북한뉴스 앵커들의 목소리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그냥 개츠비도 대단한 사람이겠구나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그것은 내 실수였고 그래서 나는 이 책을 2번 읽을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로 읽을 때는 책의 중반부가 넘어가고 있는데도 “그래서 개츠비가 왜 위대한 거지?”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서야 나는 개츠비의 위대함을 완전히 이해했다. 이 책을 한 번 더 읽을 때는 처음 읽으면서는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도 쉽게 공감할 수 있었고 책의 내용에 조금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가 그려내는 물질만능주의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희망을 품고 낭만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이 바로 개츠비였다.

 이 책의 배경인 ‘제1차 세계대전과 그 후’에 대해 배웠던 게 기억난다. 연합군으로 참전한 미국은 종전 후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던 미국의 1920년대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경제적 부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톰 뷰캐넌, 데이지 뷰캐넌, 울프심 그 누구에게서도 인간적인 면모나 도덕적인 행동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들은 무책임하고 탐욕스러우며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에 훨씬 가까웠다. ‘부’를 얻는 대신 ‘도덕’을 완전히 포기해버린 듯해 보였다.

 이 책이 언제 나에게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했는지 물어본다면 단연코 개츠비의 장례식 날이다. 개츠비의 파티는 항상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그 사람들은 초대를 받은 것도 아닌 자발적으로 모여든 것이었고 모두 파티를 즐겼다. 그러나 그들은 정작 개츠비에 대해서는 무시무시한 소문들만을 말하고 다녔다. 게다가 개츠비의 장례식 날에는 그 많던 사람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평생을 바쳐가며 갖고자 했던 데이지는 꽃 한 송이 보내지 않았고, 자신의 정원에서 밤새 파티를 즐기던 사람 중 누구 하나 찾아와 울어주지 않았다. 오직 닉 캐러웨이만이 그 상황에 분노했고 안타까워했으며 슬퍼했다. 닉은 물질주의에 빠져있지 않았으며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들에 비하면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이 장면에서 닉과 함께 화도 내고 마음 아파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었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데이지처럼 무심한 사람은 아니었을까. 동시에 개츠비처럼 목표만을 쫓아가다 외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이 나에게 다른 책들보다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글의 서술 방식에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여러 가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책의 등장인물인 닉이 서술자가 되어서 이야기를 들려주니까 내용에 더 몰입할 수 있었고 닉의 마음도 쉽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츠비가 죽은 뒤, 닉이 그의 정원에서 열리던 황홀한 파티가 아직도 너무 생생하다고 말할 때 나도 격하게 같은 감정을 느꼈었다. 정원에서 들리던 음악 소리와 웃음소리가 내 귓가에도 아른거리는 듯했고 어느 창문으론가 개츠비가 내려다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개츠비의 빈 정원을 바라보며 공허함과 씁쓸함을 느꼈을 닉의 감정이 이해가 갔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 책에서 또 한가지 감탄했던 것은 문장 표현력이었다. 인상 깊었던 두 구절만 인용해보면 이렇다. ‘개츠비는 아무런 목적도 없는 호화로움의 자궁에서 갑자기 분만하여 생생한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던 것이다.’,‘다만 나무에 스치는 바람이 전깃줄을 흔들어 대는 바람에 마치 집이 어둠을 향해 윙크를 하고있는 것처럼 불이 깜박거리고 있었을 뿐이다.’ 똑같은 상황을 표현하더라도 이렇게 멋진 말로 문장을 만들어내니 이 책의 모든 글이 아름다워 보였다. 작가가 묘사하는 말을 따라 머릿속에 그리다 보면 어느새 책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이 책은 1920년대 미국의 상황을 이해하기에 가장 적합한 책인 것 같다. 그리고 물질주의와 탐욕에 빠진 모습이 어쩌면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과 유사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우리가 개츠비처럼 희망과 꿈을 갖고 살되, 닉 캐러웨이처럼 도덕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살기를 바란다. 이 책은 처음 손에 든 순간부터 책을 다 읽고 놓은 후까지도 \’위대한 개츠비\’라는 제목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닉 캐러웨이의 입장에서 보기에 개츠비는 충분히, 너무나도 위대한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 누구도 갖고 있지 않았던 희망과 낭만적인 인생관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이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나는 여기에 닉 캐러웨이를 위하여 이 말을 덧붙여 주고 싶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고 실현 시키게 될 것이다.\’

전체 메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