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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가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세상
저자/역자
김이나
출판사명
위즈덤하우스
출판년도
2020-05-27
독서시작일
2022년 11월 03일
독서종료일
2022년 11월 16일

서평내용

   요즘 들어 언어의 힘을 많이 깨닫습니다. 그 누구도 언어의 힘 앞에서는 자신의 권력을 내세울 수 없으며, 누군가의 한 마디가 세상을 뒤흔들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언어 속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노랗다, 샛노랗다, 누렇다, 노르스름하다’와 같이 표현의 폭이 넓은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말이죠.

   누군가는 ‘사랑’이라는 언어 속에 헬륨 가스를 넣은 풍선 마냥 붕 뜨고 설레어서 주체하지 못하는 자신의 감정을 담았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풍선이 터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한 숨 한 숨 입김을 불어넣어 애지중지한 자신의 마음을 차곡히 담았을 수 있습니다. ‘우울’도 마찬가지입니다. 풍선 속에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훅 집어넣은 뒤 풍선이 펑-하고 터지면 미련없이 그 감정을 훌훌 털어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우울이 담긴 풍선이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어가는 것을 고대하며 가슴 한 켠에 묻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정해져 있는 언어라는 틀을 이용하여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지만, 사람마다 가지는 감정은 매우 세밀해서 그 감정의 주체조차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언어 속에 있는 서로의 진실된 감정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기가 막히도록 세밀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저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가진 감정을 알맞게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태생부터 감정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의 “어디가 불편하신 가요?”라는 물음에도 대답을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며, “고마워”, “미안해”와 같은 말들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조차 어려워합니다. 그렇기에 더욱이 감정을 내포하는 ‘언어’라는 틀을 다양하게 수집하고자 하고, 언어 안에 나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표현하는 것을 갈망합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누구나 알고 있는 단 한 줄의 문장에 불과하지만, 그 누구도 지키기 힘든 말이기도 합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빵빵해진 예쁜 말풍선을 건네 주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마음속의 진심을 전하는 것이 쑥스러워 한 켠에 숨겨두고 그 감정을 애써 무시해오던 사람들에게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와 같은 전형적인 단어 외에도 충분히 진심 어린 감정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것을 책 ‘보통의 언어들’에서는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우리는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입니다. 자기 감시 성향이 높은 저에게 있어 ‘실망’은 ‘상대에게 밉보이다’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언어일 뿐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상대에 대해 기대하고 속단하며 추측한 나에게서 비롯되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보통의 언어들’에서는 언어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언어의 틀만 보며 제멋대로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말들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표현의 중요성을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단 하루도 같은 날을 경험해 보지 못하고 매일 새로운 감정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이러한 삶의 길목에서 불쑥 찾아오는 감정을 그냥 떠나보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줄 아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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