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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순이 삼촌>의 비극적 사건
저자/역자
현기영
출판사명
창비
출판년도
2015-03-25
독서시작일
2022년 10월 26일
독서종료일
2022년 11월 01일

서평내용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점들이 굉장히 많다.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면 항상 두 손 가득 사오는 감귤 초콜렛, 우리나라의 하나 밖에 없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에 살고 있는 연예인의 일상을 담은 TV예능 프로그램, 이번 방학 때 제주도로 여행가기로 한 계획, 제주도를 다녀온 친구가 물가가 너무 비쌌다고 툴툴거렸던 것,  제주도 한라산과 테디베어 박물관, 해녀, 돌하르방, 멘도롱 또돗이라는 드라마의 배경이 제주도인 것, 한 생수브랜드가 제주 한라산의 물이라고 홍보하는 것, 국립대학교인 제주대학교가 있다는 것 등등. 이처럼 제주도는 현재 우리나라의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고등학교 국어 시간, 문학 작품의 일부분으로 ‘순이 삼촌’ 소설을 접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주인공이 삼촌이라는 호칭을 사용해서 순이 삼촌을 60대 정도 되는 할아버지로 생각하고 소설을 이해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식모’, ‘순이 삼촌의 남편’ 이러한 단어들을 보고 제주도에서는 촌수를 그렇게 따지지 않고 친척관계에서 삼촌 호칭을 사용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부가 제주도 주민들을 학살한 사건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더 복잡한 정치적, 사회적 관계가 엮어져서 발생했다는 점과 이 사건에 미군도 관여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평소에 책을 읽을 때 이미지를 상상하며 읽는 편인데 할아버지라고 생각해 오다가 할머니의 모습인 순이 삼촌을 상상하며 읽으니 조금 어색했다. 피해자가 몇 명이고 사건은 이렇게 진행되었다고 나와 있는 정보성 글보다 소설로 역사적 사건을 접하니 더 잘 몰입하고 분노한  것 같아서 문학의 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가 한 달 전에 자살한 순이 삼촌의 삶은 이미 30여 년 전의 시간 속에서 정지해버린 유예된 죽음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나에게 큰 여운을 남겼다. 특히 제주 4·3사건을 스스로 조사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제주 4.3사건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의 글을 읽었는데 ‘남로당빨갱이들이 먼저 제주도민 선동하여 경찰서 테러, 무기탈취 등 소요사태를 일으켰고, 이를 진압하러 간 미군과 한국군이 도저히 폭도와 민간인이 구별이 안되니까 조금만 의심되면 다 사살한 사건임.’, ‘내가 지금 제주도민을 이해 할 수 없는 게, 지금 제주도민들은 당시 폭동주모자였던 제주도남로당 간부들까지 추모를 함.’, ‘결과적으로는 남로당공산주의자들에 의한 폭동으로 시작된 것이며 민간인들의 희생만 부각시켜 마치 국군과 미군을 학살범으로 내몰아 버리는 좌파식 역사교육은 하루빨리 뿌리 뽑혀야 할 것임.’ 이러한 덧글들이 있었으며 처음에 남로당에 대해 긍정적으로 쓴 글을 접했던 나는 무슨 말을 믿어야 하는지 참 어려웠다. 이에 대해서는 깊은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제주 4.3사건이라는 ‘사실’에도 정치적으로 의견이 참 많이 갈린다는 점에 안타까웠다.

제주 4.3사건은 희생자의 수를 정확히 알기 어려워 만5천~2만이라는 주장에서부터 심지어 \’8만 명 희생설\’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항상 일제강점기나 6.25와 같은 비극적인 역사를 배울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내가 그러한 시대에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이었다면?’ 이라는 가정을 생각 안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눈앞에 잔인하고 끔찍한 광경이 펼쳐진다. 사망자뿐만이 아니라 눈앞에서 가족, 친구를 잃은 사람들은 어떤 큰 상처를 짊어지고 평생을 살아가야하는 것인가. 솔직히 자유롭고 평화로운 지금 이 현재에 저러한 일이 존재했었다는 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세상이 오기까지 참 큰 대립과 희생이 있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다 죽어서 이 세상에는 없는데 우리는, 국가는 도대체 무엇으로 그들에게 보상할 수 있는가. 그냥 평범한 날짜 중 하나였던 4월 3일은 앞으로 나에게 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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