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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삶 속에서 선명해지는 진리
저자/역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출판사명
현대지성
출판년도
2021-12-06
독서시작일
2022년 08월 24일
독서종료일
2022년 08월 30일

서평내용

1845년 삼 월, 소로는 월든 호수 주변에 작은 오두막집을 짓고 이후 이 년 간의 시간 동안 그 곳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아간다. 문명 사회를 등진 채로 대자연의 품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자기 자신의 내면과 신념을 관철하여 써낸 이 책은 발표했을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오늘 날에는 19세기에 쓰여진 책 들 중 손에 꼽히는 명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한 세기가 지난 시점에서도 이토록 변함없이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여러 이유 중 첫 번째는 소설의 전반에 드러나는 자연이 가진 생명력과 섬세함이다. 미풍이 불면 호수의 수면에 퍼지는 잔 물결, 이슬 비가 내린 뒤 짙어지는 풀빛, 숲 속의 동식물들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문장을 통해 마치 저자의 눈을 빌려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아가 단순히 그 아름다움 만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서 각각의 가치와 인간의 삶에 빗댈 수 있는 원리를 읽어낼 때면 저자의 통찰력과 생각의 깊이에 어김없이 감탄하게 된다. 사과나무가 떡갈나무와 똑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는 것처럼, 사람이라는 존재 역시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무르익고 지는 자연스러운 삶을 살고자 했던 소로의 이상은 애석하게도 현대사회에 이르러 더욱 뒤쫓기 어려운 것이 되었다. 무한한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각자의 계절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아닌 성급하게 과실 만을 수확하려 하는 모습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우리는 스스로의 내면에 잠들어있는 철학적인 가치에 주목하기 보다 물질적인 풍요를 뒤쫓게 되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자본주의 시대 안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자연 속의 삶이 주는 귀중한 가치가 더욱 깊이 있는 가르침으로 다가오게 된다는 점에서 소로의 고백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귀중한 고전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처럼 자연을 다룬 수필 같은 장면과 더불어 이 책이 지니고 있는 또 하나의 가치는 자전적인 면모인데, 저자가 그의 시선을 주변의 풍경이 아닌 자신의 내면으로 돌리면서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멕시코 전쟁과 노예 제도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그는 문명 사회의 이기와 세속적인 것들로 인해 손상되어 가는 인간성을 되돌아보고 헛된 삶을 살지 않고자 노력했다. 혼자 만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의 소중함을 되새기고자 하는 그는 스스로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 숲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밝힌다. 주변의 조언이나 참견, 기대 혹은 재촉과 비교에 휩쓸려 인생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가 바라본다면 진심으로 안타까워 할 것이다. 나 역시 내 인생의 나침반을 놓치고 우연이나 타율을 뒤따랐던 경험이 있다.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단지 인정이나 부러움을 얻기 위한 가치에 이끌려가면 결국은 지치게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거울처럼 매끄러운 월든 호수의 표면을 바라보던 한 사색가의 깨달음과 그 고뇌의 깊이를 나로써는 감히 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일상을 벗어나 이따금 쉬어가고 싶을 때, 내가 찾아가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 자신조차 알지 못하고 흔들릴 때 일상적인 의무들을 벗어던지고 숲 속의 오두막집으로 들어갈 수 없다면 그 대신에 이 책을 펼치는 것이 다시금 무언가를 시작할 힘이 되어준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자연을 바라보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뒤돌아보지 않으면 잊게 된다. 이따금 이런 진리를 잊고 어리석은 가치들을 뒤쫓아 가고 싶을 때 자연의 순리와 해마다 돌아오는 계절처럼 변하지 않는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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