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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도 괜찮아
도서명
저자/역자
오쿠다 히데오
출판사명
은행나무
출판년도
2015-06-15
독서시작일
2021년 12월 31일
독서종료일
2021년 12월 31일

서평내용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무한도전 선거 특집에서 개그맨 정형돈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이 사회의 절대다수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그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그 당시엔 너무 어렸는지 별다른 생각이 안 들었었는데, 성인이 되고 그 영상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땐 감회가 남달랐다.

그간 우리 사회는 많이 바뀌었다. 멋진 인플루언서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얘기한다. 기성세대들이 만든 틀에 갇히지 말라고, 개성 있는 사람이 되라고. 평범함을 쫓지 말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라고. 물론 좋다. 너무 좋다. 하지만 ‘이렇게 살 수도 있다’가 되어야지 ‘이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험하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평범한 다수에 속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취향의 차이다.

나는 한때 저 말의 의미를 잘못 이해해서, 반드시 특별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진짜 나다운 게 뭔지 처절하게도 찾아다녔다. 무색무취의 인간이 되면 사회에서 도태되어 큰일이 날 것 같았다. 그렇게 머릿속이 소란스럽던 시기에, 정형돈의 말을 들었으니 울림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 뒤로 난 그의 팬이 되었다. 그렇게 활발히 방송활동을 하던 그가, 공황장애로 돌연 휴식기를 가졌다. 이 책은 그가 힘들 때 큰 위로를 얻었다고 추천하는 책이었다. 나는 곧바로 서점으로 가 책을 구입하게 된다.

이 책은 다섯 편의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각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해서, 정신과 의사 ‘이라부’에게 치료를 받게 된다. 선단공포증을 앓고 있어서 이쑤시개만 봐도 발작을 하는 야쿠자 보스, 몇십 년을 탄 공중그네에서 추락하는 베테랑 곡예사, 자신이 썼던 작품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인기 작가 등등…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왜 이렇게 내 이야기 같은지. 그들은 정형돈과 나처럼,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삶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씁쓸하면서도 동시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들은 사회에서 나약한 스스로를 숨기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하지만 이라부 앞에서는 무장해제되어 버리고 만다. 이쯤 되면 이라부가 대체 어떤 의사이길래 그러나 싶을 것이다. 그를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천방지축 장난꾸러기 초등학생 같다. 사랑만 받고 자라 구김살이 없는 사람. 불안에 떠는 환자들을 앞에 두고 근심 걱정이 뭐냐는 듯 웃어젖힌다. 가히 평범하지 않다. 환자들은 처음에는 그런 이라부를 거부하다가, 점차 그를 따라 삶의 무게를 덜어낸다.

사실 책 내용 자체가 큰 여운을 안겨준 것은 아니다. 내가 과거에 비해 많이 변했다는 사실이 놀라웠을 뿐이다. 과거의 나였다면 이라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람이 저렇게 긍정적으로 살아야지, 왜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만 하고 사냐며 스스로를 자책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덮은 후 이라부보다 한 명 한 명의 환자들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뭘까? 책장을 넘길수록 그들의 평범함과 나약함 마저 특별해 보인 건 왜일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그리고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무언가가, 누군가가 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사회가 말하는 특별함을 연기하지 않는 것, 평범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는 것, 그 자체로 이미 당신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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