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자의로든 타의로든 책을 읽어야할 순간이 오고는 한다. 그런 기회들로 접한 책은 얇은 책이나 두꺼운 책도 있고, 교훈을 주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알려줄 수도 있다. 이번에 읽은 ‘동물농장’은 그중에서 제일 여운이 긴 책인 것 같다.
동물농장은 조지 오웰의 작품으로, 그는 동물농장 외에도 1984, 카탈로니아 찬가의 유명한 책들의 저자이다. 그의 책은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그가 1984를 집필 할 때는 병에 걸렸을 때였고, 카탈로니아 찬가 때는 스페인 내전에 참가했을 때였다. 그리고 동물농장 때는 2차 세계대전 때였다. 그의 책들을 읽어보면 그의 책의 분위기나 내용은 그가 집필할 때의 상황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동물농장의 등장인물은 크게 동물과 인간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그들의 관계는 현재와 똑같았다. 동물들은 자신이 맡은 임무를 하여 일을 해주거나 제품을 제공해주었고, 인간은 그들의 식사나 사는 곳을 제공해주었다. 하지만 동물농장의 주인인 존슨은 그들의 먹이를 주는 걸 까먹는 등 좋은 농장주인은 아니었고 결국 메이저영감의 말에 따라 동물들은 그를 내쫒기에 동의하고 승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뒤로 그들만의 칠 계명을 마음에 새기며 잘 사는 듯 하지만 권력욕이 생긴 돼지 나폴레옹은 같이 싸워온 스노우볼을 내쫓아 버리고 입담이 탁월한 스퀼러와 함께 말로 속이거나 말이 안 되면 개들을 이용한 공포정치를 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으로 향할수록 그들은 칠 계명과 달리 점점 인간처럼 침대를 사용하고 의복을 입으며 술을 마시게 되면서 경계하던 인간과의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면서 돼지는 더 살이 찌고 다른 동물들은 죽거나 야위어갔다. 그리고 끝내 마지막이 되니 농장 집에서 카드게임 때문에 싸우게 된 돼지와 인간을 바라본 동물들은 그 둘을 분간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끝이 난다
이 책은 각 동물별로 각자만의 인생방식이 있었다. 예를 들어 개혁을 주장한 메이저영감이나 묵묵히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복서, 농장을 달아난 몰리까지 모두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라는 것이 읽는 내내 느껴졌다. 그렇기에 한 등장인물이 눈에 뜨이는 게 아닌 그들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는 듯 다 정이 갔다. 그렇기에 더욱 마지막 문단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인지도 몰랐다.
“열두 개의 화난 목소리들이 서로를 향해 떠들어대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는 모두 똑같이 들렸다. 이제 돼지들의 얼굴에 나타난 변화는 무엇인지 분명해졌다. 창밖에서 지켜보는 동물들의 눈길은 돼지로부터 인간에게, 인간으로부터 돼지에게, 다시 돼지로부터 인간에게 시선을 번갈아 옮기며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미 어떤 게 어떤 것인지, 돼지가 사람인지 사람이 돼지인지 분산할 수 없었다.”
바로 위의 문단인데 여기서 끝내 동물들의 눈으로는 돼지와 인간을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는 그 설명이 참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동물 하나하나의 정이 갔던 만큼 그들을 힘들게 하는 돼지들의 행동이나 그 탐욕에 찌든 모습이 싫었다. 하지만 이는 그들이 돼지에서 벗어나 의복을 입고, 침대에서 자는 등 인간과 같이 변화하여 맞이한 최종 모습이었기에 ‘결국 돼지에게 국한되어 보고 있었구나.’라는 걸 느끼게 해주어 참 기분이 착잡했다.
그와 동시에 이 책을 통해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보지 못하고 내 일에만 집중한다면 얼마나 소수의 이들에게 놀아날 수 있는지를 간접적이게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동물농장의 동물이었다면 그들 중 누구와 같은 선택을 했을까하는 의문을 제시하며 내 삶의 방식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또한 앞선 작가에 대해 알아보면서 작가는 집필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였는데 동물농장에서도 우화를 통한 비판을 한 글이란 걸 알고 보니 각 캐릭터들이 2차 세계대전 때의 어떤 인물들을 가지고 작성한 것인지 살펴보며 다시금 정독해볼 수 있기에 그러한 점이 독서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요약을 하여 줄거리 상에 중간 내용이 많은 부분 없어졌기에 각 인물이 누가 등장하여 어떠한 결정을 하는지 생각하며 보기엔 큰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거나 깊이 있는 책을 읽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