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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그리다.
저자/역자
사뮈엘 베케트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12-02-20
독서시작일
2021년 05월 01일
독서종료일
2021년 05월 30일

서평내용

고도를 그리다.

얼마 전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게 되었다. 평소 문학에 흥미가 없어,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아니지만, 태어나서 읽은 소설 중 제일 이상한 소설이었다. 1막과 2막 내내 주인공들과 그 외 조연들은 알 수 없는 행동과 말을 반복한다. 그리고 누구인지도 모르는 ‘고도’라는 인물을 그들은 묵묵히 기다린다. 책을 읽으며 내용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해보았지만, 맥락도 없는 전개와 행동들 때문에 기억도 잘 나지 않고 이해가 어려워 작품 해설을 완독하기 전에 먼저 참조했다. 하지만 작가 역시 “고도’가 누구인지 알았으면 책에 썼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나는 이 구절을 읽고 깨닫게 되었다. 베케트는 우리에게 자신의 고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 것이구나.

그래서 나는 고도를 나의 이상향과 삶의 이유라고 생각하고 다시 해석하게 되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고도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2가지 감정을 느끼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다림의 지루함에서 비롯된 고통, 그리고 고도가 찾아오면 자신들도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그리고 이 두 감정을 나의 삶에도 적용해서 생각해보았다. 사소하지만, 작년과 재작년엔, 건강하게 만기 전역하는 것이 나의 고도였고, 학창 시절엔 하루 종일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이 나의 고도였다. 그 시절 그것들을 기다리는 과정 속에서 나 역시 지루함과 고통을 느꼈지만, 결국 이것들은 나에게 행복을 주었다. 그래서 현재의 나에 대해서도 반추해보았다. 지금 나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고도’는 무엇일까?

나에겐 곧바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기에, 며칠간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불쾌한 감정만 들었다. 나는 분명 열심히 살고 있는데, 당최 무슨 이유로 열심히 살고 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 지금의 나에게는 ‘고도’가 없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또렷하게 알지 못했다. 그리고 늘 주변 어른들이 정해준 이정표를 따라다녔고, 주변 지인들의 힐난과 언론에서 보여주는 취업난이 두려워 나름의 내 방식대로 도망 다녔다.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자, 정작 내 삶의 ‘고도’에는 집중한 기억이 없다는 사실에 조금 서글펐다. 이렇게 살다가,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두려웠다. 그리고 나는 결심하게 되었다. 당분간 학업적 과제보단, 나의 적성과 흥미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더 가지겠다고, 나의 진실된 이정표인 고도를 그리겠다고.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땐 이 책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유에 대해 정말 많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숨겨진 의미를 스스로 사유할수록 그 진가가 드러나는 책인 것 같다. 책의 전개와 내용이 조금 답답하더라도,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책 제목처럼 인내심을 갖고 읽는다면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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