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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모더니즘과 <향수>
저자/역자
Suskind, Patrick,
출판사명
열린책들 2006
출판년도
2006
독서시작일
2021년 03월 04일
독서종료일
2021년 03월 04일

서평내용

이 책은 체취가 없는 어느 조향사의 이야기이다. 책의 배경인 18세기의 프랑스. 여기는 육취가 그 사람의 영혼이자 존재인 세상이다. 육체는 있으나 영혼이 없는 자. 그는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

향수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처녀들을 죽여서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고 매우 독특한 방법으로 삶을 마감하는 주인공의 출생부터 죽음까지를 다룬, 냄새, 향수, 살인에 관한 소설이다. 줄거리만 말해선 독후감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여기까지만 하겠다. 이 소설을 직접 읽음으로써 재미를 느끼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로 들어서면서 진리는 객관성이 아닌 상대성, 개인의 선호도의 문제가 되며, 사유의 최종적인 목적지가 아니게 된다. 진리를 단편적인 것으로 보고 절대주의를 외치는 이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꼰대가 되어버린다.

이 소설에서도 이러한 요소가 녹아있다. 그리고 이것은 \”향수\”이다. 영구적인 향수는 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다. 향수는 일회적인 휘발성 물질이다. 이런 향수의 불완전함은 진리의 불완전함과 같다. 이것에 빗대어 이 소설에는 절대적인 가치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 주인공의 싸이코패스적인 기질과 살인행위가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악으로 단정하고 잔인함을 느끼는 독자는 거의 없을 거다. 책의 윤리적 흐름에 반기를 드는 이들 또한 없을 거다. 이런 것까지 따지면서 읽는 것은 문학을 제대로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까? 확실한 것은 이 책은 이러한 내용에 대해 절대적인 가치관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진리를 공중에 띄어준 채 이것을 독자의 주관성에 유보했다.

이에 따라 독자는 전통적 가치관을 거절할 수도 있다. 책을 읽다보면 그의 살인행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스레 전통적 입장의 반대편에 서서 \’그가 어서 빨리 최고의 향수를 만들길.\’ 같은 생각으로 그를 옹호하게 된다. 그 원인이 대체 무엇일까? 빠른 스토리 진행? 독특한 소재와 캐릭터? 감정이 아닌 행동만 묘사하는 작가의 의도?

그리스의 소피스트인 프로타고라스는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 절대적 진리가 아닌 상대적 진리를 외친 이 민주적인 말이 만연해지면 가치관의 혼란과 도덕의 타락을 불러온다. 상대적 진리는 이기심의 원인이 되고 이것은 사회의 혼란을 일으킨다. 생각보다 위험하다. 이런 이유로 절대적이고 보편적 진리를 주장한 소크라테스와 민주주의로 그의 스승을 잃은 플라톤이 이것을 비판한 것이 당연하다. 역사는 돌고 돌아 반복되고 그 결과가 포스트모더니즘이다.

이 책은 빠른 스토리 진행, 독특한 소재와 캐릭터에 이끌려 단순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래서 우리의 생각보다 더욱 위험할 수 있는 책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소설을 문제작이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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