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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저자/역자
Skarmeta, Antonio
출판사명
민음사 2004
출판년도
2004
독서시작일
2018년 08월 06일
독서종료일
2018년 08월 06일

서평내용

몇 년 전 송정으로 가기 위해 들린 동래기차역안, 심심풀이로 보던 카카오톡 프로필 사이에서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라는 시를 보게 되었었다. 이 시를 본 뒤 마리오가 네루다의 시를 듣고 단어들이 움직이는 이상한 느낌이 든 것처럼 시 속의 단어들과 저녁하늘에 어렴풋하게 자신을 비추는 별들 그리고 주위의 어둠에 대비되어 별처럼 빛나던 아파트의 불빛들 모두 시에 표현된 것처럼 나에게 살아있는 듯이 다가왔었다. 비록 한 순간이었지만 강렬했던 그때의 경험이 있어서일까 책에서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던진 ‘온 세상이 다 무언가의 메타포’라는 물음에 공감되기도 했었다.

나처럼 한 순간의 경험으로 끝날 뻔했던 메타포와의 만남을 마리오는 베아트리스를 만나게 되면서 더 강렬하게 받아들인다. 사랑에 빠지면 시인이 된다는 말처럼 마리오는 온 세상이 모두 베아트리스의 메타포가 된 것인양 시인의 감성으로 절절한 메타포를 베아트리스에게 선보이고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버린다. 이로써 비록 한 명뿐이지만 듣는 이의 마음을 매료시키는 한 명의 시인으로서 마리오는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래서일까‘시인이 아니라서 말하고 싶은 말들을 다 말하지 못한다’고 네루다에게 아쉬움을 토로하던 마리오는 사랑에 빠져 시인이 되면서 자기가 하고자하는 말들을 당당하게 드러내기 시작한다.

‘화물열차보다 더 긴 대화’, ‘한 마리 나비 같은 미소’와 같이 메타포는 사물과 사물 사이의 공통점을 인식하고, 전혀 다르게 느껴지던 것들이 실제로는 같은 것으로 묶여질 수도 있다는 발상. 더 나아가서는 다른 삶을 살아온 나와 너는 어찌보면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의 확장을 가지게 해준다. 네루다가 가진 권위와 로사의 압박 그리고 쿠데타 속에서의 위협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당당할 수 있었던 마리오의 소신은 이런 생각의 확장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은 아니였을까?

그런 점에서 네루다가‘칠레에서는 모두가 시인’이라고 말한 것은 사뭇 진지하게 다가온다. 모든 사람은 다르다가 아닌 나와 네가 같을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을 가질 수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화될 수 있을까? 비록 책에서는 쿠데타로 인해 민주정권이 무너지는 것으로 막을 내리지만 시와 네루다를 만나고 메타포를 이해하면서 당당하게 변해가는 마리오의 모습을 통해 칠레의 또 다른 희망을 엿보여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 책에서는 또 다른 시인이 있다 바로 베아트리스의 어머니인 로사 곤살레스인데, 그녀도 당당한 소신을 가진 것까지는 동일하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점은 그녀는 장미와 통닭 중에서 통닭을 고르는 사람에 가깝다는 것. 그래서인지 둘 중 장미를 고르는 사람에 가까운 네루다와 과부의 말다툼은 또 다른 재미를 주는데, 네루다에게 난생 처음으로 ‘첫 회에서 K.O. 패를 한 권투선수의 기분’을 안겨준 것이 실용주의자인 로사라는 점에서 낭만은 현실 앞에서 약해지는 것을 재치있게 표현한 것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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