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인 우수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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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이를, 우리는 어린이를
저자/역자
김소영
출판사명
사계절
출판년도
2020-11-16
독서시작일
2021년 10월 02일
독서종료일
2021년 10월 02일

서평내용

 나는 타인과 어린이라는 존재에 관한 대화를 나눌 때 매번, 굳이, 나는 아이들을 싫어한다는 말을 덧붙이곤 했다. 만약 결혼한다고 해도 아이는 낳지 않을 거야, 내가 싫어할 건데도 낳는 건 그 아이에게도 못 할 짓이니까, 라고 말하기도 했던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가치관에 가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를 싫어한다고 말하는 나 자신에게 부끄러움과 고민이 생겼다. 그냥 무시해도 되는, 어린이의 잔혹함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은 어른들의 귀찮음에 가까운 사회적 문제를 떠올리며 \’굳이\’ 분통을 터트리고, 일반화를 하고, 싫다는 말로 표현할 것까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어린이를 어린이로만 볼 수도 있을 텐데. 숱한 사람들처럼 나 역시도  덜 성장한 존재를 향해 오직 어른이 되기 전 과도기일 뿐이란 편협한 시선만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많은 어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선 이른바 흐린 눈으로 일관하면서, 어린이에 한해서는 도덕적 책무를 온몸에 휘감은 것처럼 훈계조의 생각을 늘어놓는 게 새삼 우습게 느껴졌다. 어린이에 비하면 \’나는 그래도 되는 \’어른\’이야\’라는 헛된 일념에 사로잡힌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세상은 어른만도 못한 어른이 많고, 어린이만도 못한 어른도 많다. 그런데도 보고 싶은 대로만 평가하려는 관대하지 못한 시야를 가졌다는 사실이 이제는 민망했다.

 김소영 작가가 겪고 느꼈던 일련의 에피소드를 보며 어린이에 대해서 무심결에 혹은 의도적으로 생각한 부분에 대해서 다르게 사고를  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렇다, 얘네들은 원래 이렇게 크는 게 맞다. 마냥 다 싸우고 자라는 거지, 다 이렇게 산다고 하는 무책임한 말을 떠올리고 싶은 것은 아니다. 사회와 어른들에겐 어린이를 집단 자체로만 바라봐서 몰개성하게 만드는 시선과 모든 상황에서 늘 보호해줄 것처럼 말하면서도 무책임하게 탓했던 잘못이 있다. 그리고 이제는 사회가 어린이에게 각박하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고 마주할 때도 되었다. 지난 거라곤 시간밖에 없는데 그들이 시간이 충분치 않아 사회화가 덜 되었다는 이유 하나로 맹목적으로 무시할 것도 없다. 노키즈존이나, X린이같은 말이 범람하는 요즘 시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어린이가 행복하게 잘 크길 기대하는 것,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 어른이 어린이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는 것이 우선 아닐까. 반드시 옳은 답은 아닐지라도 꾸준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본문에서 가장 기억에 남던 것은 노 키즈 존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도 한 공간에서 시끄러운, 소위 말하는 민폐를 끼치는 아이들과 방조하는 부모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온·오프라인을 떠나 이 문제의 원인을 모두 개개인에게 돌린다는 인식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작가가 말하듯 공공장소 예절은 어찌 되었던 공공장소에서 배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끄럽고 제멋대로인 성인들을 우리는 오히려 더 많이 마주침에도, 그들에 대해 노 키즈 존만큼이나 강한 제재를 가하지는 않는다. 왜 항상 어린이와 부모에게만 각박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필요하다. 결국 가장 약자로 보이는 대상에게 책임을 온전히 떠넘기는 행태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딜 가든 눈치를 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나는 어디서든 떳떳하게 입장한다는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싶은 게 아닐까. 잘못된 행동을 일삼기도 하는 일부를 결국 전체로 치환해버려 사회 전체가 그들에게 과잉 제재를 가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고민을 주는 책이 좋다. 그리고 이 책이 어린이를 대변하는 맹목적인 태도로만 일갈하지 않는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의 잘잘못을 모두 눈 감고, 나쁜 행동을 한 아이들에 대한 일도 모르는 척하라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를 대할 때 어른의 올바른 자세란 뭘까. 어른이 무조건 참아야 하는 게 아니라면 어른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연결 지어 생각해보면, 우리가 마주할 수많은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어떤 의논 거리를 남기는 듯해서 좋았다. 한 인격체를 대함에 있어서 경직된 머릿속 생각을 풀기에도 괜찮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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