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인 우수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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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인 우수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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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e Save the Children』 _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고
저자/역자
Ziegler, Jean
출판사명
갈라파고스 2007
출판년도
2007
독서시작일
2016년 08월 19일
독서종료일
2016년 08월 19일

서평내용

  책을 다 읽고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으니 뭔가 막힌 것처럼 속이 답답하다. 수많은 모순과 부조리,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 그 동안의 답답한 마음을 꺼내 풀어놓는 기분으로 글을 쓰려 한다.

 

 WFP(세계식량계획)의 ‘Hunger Map’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인구의 약 1/9인 795만 명이 여전히 기아로 고통받고 있으며, 나미비아, 잠비아 등의 아프리카 대륙 국가와 북한이 인구 중 35% 이상이 극심한 영양부족 상태라고 한다. 2007년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 제시한 자료 -‘세계인구의 1/7이 심각한 만성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를 참고하면 유엔이 제시한, 2015년까지 기아 사망자 수를 최소한 절반으로 줄이겠다던 목표가 무색해진다.

 

 저자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세계 기아문제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선 홍수와 가뭄 같은 자연적인 재해와 더불어 플랜테이션과 불법 벌채 같은 삼림 파괴로 인한 사막화, 전쟁과 내전 등 인간에 의한 재해가 있다. 또, 세계 곡물 생산량이 전 세계인을 먹이고도 남는 수준이지만 한쪽에서는 제대로 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해 비타민 부족으로 실명에까지 이르는 지구촌 모습에는 세계 곡물 시장에서의 농산물 가격 조작도 한 몫을 한다.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급작스럽게 덤핑하는 식으로 공급량과 가격을 조작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윤추구의 목적을 가지고 기아문제를 겪고 있는 국가에 침투하여 악용하는 국제적 기업과, 이와 결탁하는 부패한 정치세력, 어쩔 수 없이 자금에 휘둘리게 되는 구호단체와 국제 기구. 자급 자족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생산하고도 싼 값에 외국으로 대량 판매되어 항상 먹을 것이 모자라는, 강대국의 ‘생산수단’으로 전락한 국가들. 이런 다양한 원인들이 결과적으로 수많은 아이들과 사람들을 고통 받게 하고 있다.

 

 저자는 책 말미에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단순한 응급조치로 끝날 수 있는 구호 프로젝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장원리주의 경제의 폭력을 극복하고 벗어나기 위해서는 각국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자립적인 경제 체제를 스스로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보여준 기아문제의 실태를 보면서 나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에서 국제사회 구조적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 신 자유주의(시장원리주의 경제)이다. 강자와 약자로 나뉘는 인간 사회의 모습은 언뜻 생태계 피라미드 구조와 비슷한가 싶지만, 이윤과 부를 향한 끝없는 욕심, 최고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인간은 불균형이 발생하면 자연적으로 균형을 퇴찾지 못한다. 이대로 둔다면 양극화는 점점 심해질 것이다. 강자만이 살아남은 세상이 과연 완벽하고 온전할까?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 신자유주의가 결국 인간 사회 전체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리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런 신자유주의의 가치는 미디어(언론)에도 반영되어 있다. 중간자(강대국 등)의 가치관이나 생각, 이익관계 등이 포함된 미디어 콘텐츠는 현실의 모든 면을, 진실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저자 또한 미디어에 비치는 기아의 모습은 극히 일부분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편집된 일부븐의 현실’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우리에게 기아문제는 챕터 제목처럼 ‘일상 풍경’이 되었다. 나는 그러한 풍경에 무감각해지는 내 자신이 두렵다.

 

 어째서 무감각해지는가? 그것은 ‘기본의식의 부재’에서부터 온다고 생각한다. ‘왜 기아 문제가 심각한 것인가?’,’왜 기아문제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도와야 하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본인만의 답을 내리는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그저 기아으 모습을 담은 미디어의 자극만을 접하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미디어가 보여주는 모습 이외에도 책이나, 실태 보고서 등을 보고 자신이 직접 그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고 스스로 문제에 대해 재정립할 수 있는도록 생각할 시간을 주는 역할을 ‘교육’이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 사람들이 굶주리는 것은 게을러서도 아니고 단순한 자연재해 때문도 아니라, 전 세계를 지배하는 구조적인 문제로부터 촉발된 것이란 걸 깨달으면 기아 문제에 대해 무감각해질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하고 난 후에야 미디어가 보여주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나도 이런 문제에 대해 다소 냉소적이었던 것 같다. 나와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 먼 나라 이야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이런 나, 혹은 다른 사람들의 심리를 꼬집은 노래가 있다. 타블로 1집 열꽃의 ‘출처’라는 곡이다. 이 곡은 빈곤국의 사람들이 초국가 기업의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되고 그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만들어낸 생산물을 소비하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지적하는 내용인데 그 맥락이 국제 기아 문제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도 비슷한 맥락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 같다. ‘한 잔의 커피, 그 출처는 빈곤’,’하지만 기름값보단 귀찮은 문제’ 같은 가사는 나를 부끄럽게 한다. 이렇듯 노래가 됐든, 캠페인이든 어떠한 형태로도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중요한 한 걸음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개개인의 인식 변화가 모여 집단의 공유된 의식이 된다면 보다 더 큰 사회적 행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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