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인 우수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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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전략같은 게 왜, 그리고 정말로 필요할까 싶을 때
저자/역자
정희모
출판사명
들녘 2005
출판년도
2005
독서시작일
2015년 06월 26일
독서종료일
2015년 06월 26일

서평내용

  가까이 스마트폰을 켜서 들여다 보는 건 참 쉬운데, 방학이어도 막상 도서관 가서 책을 읽으려고 하면 시간이 안 난다. 신문도 인터넷 기사를 클릭해서 보면 충분할 것 같다. 국문학도인 나도 이러는데, 책 읽는 것부터가 이렇게 부담스럽고 시간을 내야하는 일이라면, 하물며 ‘글쓰기’ 자체의 위상은 굳이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같은 처지의 학교 친구들에게서부터, “쓰기를 왜 배워서 해야 해”라는 물음을 들으면 국어교육론 분야의 수업을 이미 3번이나 수강한 나부터가, 여기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서 명쾌하게 피력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특히 대학생인 우리는 스스로가 깨닫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지, 이미 글쓰기에 대해 진지하게 배운 경험이 있다. 무려 한 학기 동안이나. ‘사고와 표현’ 과목을 모두 필수로 신입생 때 들은 경험이 있지 않은가. 글쓰기 자체가 너무 생활 속에 녹아있고 이미 일상이라서 그렇지, ‘쓰는 행위’는 오늘날 같은 지식 기반 정보화 사회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 도구로서, 사고력의 증진 수단으로, 그 자체로 완전하게 사회적 경쟁력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이공계 분야에 몸담은 학생이든, 예술분야에 매진 중인 학생이든, 혹은 나처럼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든 레포트는 모두 글로 써서 제출해야 한다. 서술형 시험 문항 하나하나가 각각의 완성된 글을 요구하는 도전 과제이지 않은가. 레포트를 쓸 때는 모두 인터넷 검색창부터 열고, 한 쪽에는 한글 프로그램 창을 띄워놓고 비로소 시작한다.

  정보의 바다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가 어떤 것이고, 또 그 중에 정말 쓸 만한 정보는 어떤 것인지 평가해서 가려내고, 선택한 정보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변용하여 유용한 지식으로 재창출해 내는  지식 생산 능력은, 대학생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 정도는 통달하고 있는 작문 능력이라는 점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연세대학교의 글쓰기 필수 교양과목에서 교재로 쓰이기도 한 책 ‘글쓰기의 전략’은 그런 맥락에서 굉장히 의미가 깊다. 책은 처음부터 본론을 가르고 들어가, 매우 구체적이고 또 친절하게 글쓰기가 서툰 독자를 타깃으로, 독자가 여러 견문과 유창성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최대한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매우 솔직하게 알려준다. 정말 필요한 정보들만 간추려서 남겨져 있는 구성이다. 간결함을 무기로 내새웠고 그런 점에 한결같이 충실하고 특화된 영리한 책이다.

 

  보기 좋게 내용들이 배치된 설명문을 읽을 때에도 감탄하게 되지만, 그보다는 어떤 부분이 약간 아쉽더라도 크게 두드러진 장점이 가진 글에 더 관심이 갈 때가 있다. 내용 자체가 흥미로울 수 있으면 글의 긴밀성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오히려 매력있는 글이 될수도 있다고 말하는 식이다. 본문에서 ‘구성’의 중요성을 파트 4개로 나눠서 적을 정도로 힘있게 설파하다가도 나중에는 구성의 유형이라는 게 그렇게 공식처럼 굳어있는 건 아니라고 정말 중요한 건 글의 흐름이라고 가볍게 이야기해서 웃음이 나오면서도 묘하게 수긍이 갔다.

 

  비슷한 맥락으로 여기 나온 글쓰기의 전세부 전략 역시도 전부 열심히 연습해서 능숙하게 다루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학교에서 검사맡을 때 빨간 줄 덜 그일만한 정석적인 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유용하고 실제로 내일 글을 쓸 때 적용할 수 있는 기법들을 정제해서 일러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늘 그려왔던 좋은 글의 전형은, 글에서 참신한 문제 제기 부분이 필수적으로 있고 거기에 대해 타당하거나 혹은 개성적인 결론이 돋보이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글쓰기의 전략’ 책에서도 역시나 독자가 해답을 설득력 있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여러 서술 전략들을 각각 예시를 빠트리지 않고 함께 연결시켜서 제시하고 있다.

 

 글쓰기 자체가 정말 중요하고 의미있는 행위이기 때문에, 책의 9장 서두에 인용된 헤밍웨이의 말대로, 글을 ‘잘쓴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치는 지당하나, 가능하다면 목적지까지 돌아가기 보다는 곧장 지름길을 찾느라 머리를 굴리게 되고, 노력한 것에 비해 최대치의 성과를 뽑아내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이런 책을 읽으면 어떻게든 이번에 읽으면서 배운 점을 써먹어서 고생이 덜한 방향으로, 지금보다 고민도 덜하면서 내가 쓰고자 하는 것을 쉽게 써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의 논지로 돌아가, 글쓰기는 정말로 배워야 하는 과목이자 필수적인 영역이며, 그럴 때 이 책이 더더욱 가치가 있어지는 것이다. 일단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면, 글쓰기의 어려움과 위대함에 지레 겁먹게 하기보다는 일단 마음을 잡고 샤프를 들고 글을 써나갈 힘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생각에 공감했고, 또 글쓰기의 힘에 대해서 믿기 때문에, ‘글쓰기의 전략’은 다른 이들과도 진심으로 나누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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